부산과 경상남도를 잇는 동남권 산업지도가 바뀌고 있다. 교통망과 산업클러스터가 곳곳에 새로 만들어지거나 확충되면서 제2의 도약에 나서고 있다.

우선 부산과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가 오는 12월 들어서면 남해안 일대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대구와 부산을 잇는 KTX(경부고속철도)도 연말이면 완공되고,경남 동부와 중부권의 중심인 김해와 창원지역에도 이르면 연말부터 고속철도가 운행되는 새로운 철도르네상스 시대가 열린다.

동부산권에는 해운대의 해양레저산업과 영화산업이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고,서부산권과 진해 일대의 경제자유구역에는 신항과 물류업체들이 둥지를 틀면서 환태평양 중심항만으로 재도약할 채비를 하고 있다. 동남권 일대에 새로운 르네상스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거가대교는 동남권의 대변혁을 예고하는 상징으로 꼽힌다. 2일 오전 경남 진해시 안골마을 선착장에서 배로 20여분 만에 도착한 부산 가덕도 남서쪽 천성마을 선착장 해변에는 부산과 거제를 40분 생활권으로 묶는 거가대교의 사장교가 위용을 드러냈다. 바다 속으로 가라앉혀 묻는다는 뜻의 거가대교 침매터널 입구 위에는 다리를 총괄관리하는 관리사무소 공사가 한창이었다. 바다쪽에는 가덕도와 중죽도 사이 2.7㎞를 메우는 작업도 한창이었다. 침매터널 안에 들어가니 기계설비 설치 및 도로공사가 속도를 내고 있었다. 2004년 착공된 이 다리는 현재 92.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10월부터 시험운영에 들어가 12월9일 개통 예정이다.

다리가 개통되면 두 지역의 통행 거리가 140㎞에서 60㎞로 짧아진다. 소요 시간도 2시간10분에서 40분으로 단축된다. 진해 신항만,녹산 국가산업단지,거제 조선산업단지 등과 연계한 동남권 산업벨트의 물류비용이 연간 4000억여원 안팎 절감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과 거제가 공간적으로 연결돼 진주 · 사천 등 서부경남까지 광역경제권이 확대됨에 따라 직 · 간접적인 생산 유발과 산업지원 효과도 클 전망이다.

남해안시대 관광벨트의 하나로 부산~거제~남해~여수~목포를 잇는 새로운 관광 코스가 개발되고, 영 · 호남 발전의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거가대교를 건설 중인 대우건설의 김석영 사업관리팀 차장은 "부산 · 경남 광역권이 연결돼 국제 교역과 21세기 환태평양 지역의 중추 기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며 "인근 남해고속도로의 만성적인 교통 체증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부산과 경남의 교통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을 철의 실크로드 시대도 동시에 열린다. KTX가 11월 개통될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인 부산~대구에서 시속 320㎞ 시험운행에 이미 성공했다. 이 구간에 실제 KTX열차를 투입해 시험운행한 결과 시속 60㎞부터 320㎞까지 7단계로 속도를 높이는 시험을 모두 마무리했다. 차량 외에 각종 시설물과 열차무선설비 기능시험에서도 합격점이 나왔다. 국토해양부는 시속 300㎞의 시험운행을 계속하면서 시설물 등에 대한 통합검증 작업을 벌인 뒤 10월에는 승객을 태우고 운행하는 영업 시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이 개통되면 KTX를 이용, 서울에서 부산까지 소요시간이 현재의 2시간40분에서 2시간18분으로 22분 단축된다.

경남 동부와 중부권의 중심인 김해와 창원지역에 이르면 연말부터 KTX가 운행되고 부산신항 배후철도 역시 개통된다. 부산시도 서부산권의 강서선과 동부산관광단지를 잇는 동부산선,사상 · 가덕선,노포 · 양산선 등 도시철도 4개 노선을 우선적으로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해 물류수송에 획기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2002년부터 1조7000억원을 들여 추진 중인 경전선(삼랑진~진주 간 101.4㎞) 복선전철 건설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연말 삼랑진역~창원 마산역(40㎞) 구간이 개통돼 고속철도가 본격 운행된다. KTX가 정차하는 김해시의 '진영역'과 창원시의 '북창원역','마산역'은 교통 수요가 대폭 확대되면서 관광과 문화,비즈니스 등과 연계해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해시 관계자는 "KTX 운행에 맞춰 새롭게 건립되는 진영역을 중심으로 시내버스 노선을 변경하는 등 앞으로 늘어날 교통수요에 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광역교통망이 확충되면서 부산과 울산,경남 등 지자체들도 협력을 강화하고 나섰다. 수도권에 대응하는 '강한 동남권'을 만들기 위해서다. 부산시와 울산시는 미래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원전산업의 협력체제를 구축했고,부산과 경남 진해시는 부산신항을 공동 운영하면서 물류선진화에 나서고 있다. 부산과 경남이 공동운영하는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에도 첨단 제조와 물류업체를 중심으로 외자유치 등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마산과 진해를 통합한 인구 108만명의 창원시도 기계메카에서 연구 · 개발(R&D)중심지로 업그레이드가 한창이다. 지역 간 다리와 철도,바다가 개통되면서 울산과 부산 · 경남을 잇는 동남광역권벨트를 중심으로 자동차,조선에 이어 관광,원전산업 등으로 파급효과가 본격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