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중앙회가 30일 대 · 중소기업 상생협력을 촉구하는 긴급 성명서를 발표키로 했다가 이를 전격 취소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9일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자발적 상생 노력'이 필요하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갈등 논란을 정리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당초 이날 성명서는 중기중앙회의 대 · 중소기업 협력분과위원회,납품단가조정위원회 등 대 · 중소기업 관련 분과 소속 조합 이사장들을 중심으로 "중소기업이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는 의견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최근 일부 레미콘업체들이 건설사 납품을 중단하는 등 대 · 중소기업 간 갈등이 불거진 데다 정부까지 대기업 거래 관행에 문제를 제기하자 이 기회에 중소기업의 입장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는 후문이다.

중기중앙회는 이에 따라 이날 '대 · 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한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 질서 정착 촉구' 성명서를 통해 최근 중소기업의 자금난과 수익성 저하 등을 호소하고 부당한 원가 인하 대응,불공정 거래 신고 활성화,부당한 지식재산권 침해 방지 방안 등을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기중앙회 회장단을 비롯한 일각에서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는 의견을 내면서 결국 성명서 발표는 제동이 걸렸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정부의 대기업 정책을 비판하는 듯한 발언 때문에 난처해진 상황에서 성명서를 낸다면 중소기업들이 이런 상황을 이용해 전경련을 몰아세운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이 때문에 향후 추이를 보고 성명서 발표 시기를 다시 정하자는 데 뜻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앞서 전경련은 28일 제주 하계포럼 개회사에서 정병철 부회장이 "정부와 정치권이 먼저 중심을 잡아야 한다"며 정부를 비판하는 뉘앙스를 풍겼고,이 대통령이 이에 대해 "전경련도 대기업의 이익만 옹호하려는 자세를 가져서는 곤란하고 사회적 책임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하면서 정부와 대기업이 대립각을 세우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