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대장주'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로 중반을 넘긴 2분기 어닝 시즌(실적 발표 시기)의 중간 성적표는 화려하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0곳 중 4곳은 증권가의 영업이익 추정치 평균(컨센서스)을 10% 이상 웃도는 '깜짝 실적'을 올렸다. 코스닥에서도 정보기술(IT)주 중심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 쏟아졌다.

선진국 경기 둔화 등 불확실성이 여전한 증시에서 양호한 기업 실적은 주된 상승 엔진이었다. 하지만 시장의 관심이 하반기 국내외 경기 모멘텀 둔화로 옮아가면서 상승 탄력은 크게 떨어진 모습이다.
[2분기 어닝시즌 중간점검] 화려한 실적, 경기둔화 우려에 묻혔다
◆깜짝 실적 늘고 어닝 쇼크는 대폭 감소

30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실적을 발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80개 중 38.8%인 31개가 컨센서스보다 10% 이상 높은 영업이익을 내놓았다. 이 같은 '어닝 서프라이즈' 기업 비중은 1분기 33.0%에 비해 5.8%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반면 2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보다 10% 이상 낮은 '어닝 쇼크' 기업 비중은 1분기(38.7%)의 절반인 16.2%(13개)로 낮아졌다. 분석 대상은 3개 이상 증권사가 실적 추정치를 발표한 상장사다.

한전기술이 시장 추정치의 두 배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에너지 관련주들의 실적 호전이 두드러졌다. 삼성정밀화학 SKC 삼성엔지니어링 고려아연 등 산업재 · 소재주도 깜짝 실적의 주인공이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은 흐름이어서 향후 12개월 영업이익 전망치도 이달 초보다 2.8% 정도 높아졌다"며 "IT 자동차 등 주도주 외에 내수주들도 실적이 뒷받침돼 주가가 박스권을 탈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거시변수 영향력 더 커져

지난달 말 1698.29였던 코스피지수는 30일 1759.33으로 3.59% 상승했다. 지난 7일 삼성전자(잠정치)를 시작으로 LG화학 삼성전기 등이 잇따라 깜짝 실적을 내놓아 28일 177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개별 종목의 주가 흐름은 실적 발표일 이전까지 강한 상승세를 보이다 정작 발표 이후엔 상승폭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37.69% 급등한 현대상선은 지난 6일 실적 발표 이후 5.46% 하락했다. 엿새 연속 상승하던 현대제철도 29일 실적 발표 후 이틀째 약세다. 신일평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실적 호전이 예상되는 종목은 대개 발표일 전에 주가 상승세가 강했다"고 설명했다.

어닝 시즌이 중반을 넘기면서 시장의 관심이 '기업 실적'에서 '경기'로 넘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코스피지수가 이틀째 조정을 받은 것도 무관치 않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분기 기업 실적은 기대 이상이지만 하반기 국내외 경기 회복 모멘텀이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주식시장의 상승 탄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거시변수들의 영향력은 갈수록 더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스닥도 실적 호전 불구 주가 약세

코스닥시장에서는 지난 5일 포스코켐텍을 시작으로 30일까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92개사 중 58개 기업이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늘었고 아이피에스 LIG에이디피 성원파이프 EMLSI 삼진엘앤디 에코플라스틱 등 6곳은 흑자전환했다. 3분의 2가 좋은 실적을 낸 셈이다.

대장주 서울반도체와 셀트리온은 나란히 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렸고 네패스 주성엔지니어링 넥스트칩 등 IT주 위주로 사상 최대 실적이 속출했다. 하지만 주가는 부진한 모습이다. 서울반도체는 지난 19일 최고가(4만9850원)를 경신한 후 계속 주가가 빠지다 이날 3.69% 반등해 4만3550원에 마감했다. 셀트리온은 이달 들어 7% 하락했고 주성엔지니어링은 상승률이 2.6%에 그쳤다. 대형주들이 좋은 실적을 내고도 주가가 부진한 탓에 코스닥지수는 이날 0.23% 내린 481.45로 마감,이달 들어 1.74% 하락했다.

김유미/김동윤/강현우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