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수도 등 지방 공공요금도 들썩…'인플레 심리' 자극 우려
정부는 전기 등 주요 공공요금을 올리기로 한 것에 대해 "불가피한 분야에 한해 최소한의 폭으로 인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공기관의 경영 효율성을 높여 요금 인상 요인을 흡수하고 공공요금 안정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공요금 인상은 서민의 살림살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각종 산업과 서비스 요금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소비자물가를 불안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공기업 경영난이 인상 배경

정부와 한전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기요금의 원가 회수율(원가 대비 판매가)은 지난해 말 91.5%에 불과했다. 100원어치를 팔면 8원50전을 손해보는 구조다. 가스요금도 원가 회수율이 88.9%에 그쳤다.

이 때문에 한전은 올해 상반기 8969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2년간 요금 동결로 인한 손실만 4조3000억원에 달했다. 심야전기,가로등용 전기,주택용 도시가스 등 원가 회수율이 낮은 부문의 인상률을 높게 정한 것도 공기업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이번 요금 인상을 통해 원가 회수율이 전기는 93.7%로,가스는 93.3%로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관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은 "한전의 하반기 당기순익이 3900억원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연간 적자가 5400억원대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요금 인상이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요금이 비싸지는 만큼 소비자들이 전기와 가스를 아껴 쓸 것이라는 계산이다. 정부는 이번 요금 인상을 통해 연간 전기 소비량이 42억㎾h,가스 소비량은 54만t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민 부담 최소화

상·하수도 등 지방 공공요금도 들썩…'인플레 심리' 자극 우려
정부는 기초생활보장대상자와 사회복지시설에 적용되는 주택용 전기의 할인율을 20.0%에서 21.6%로 올리기로 했다. 심야 전기의 할인율도 25.9%에서 31.4%로 높이기로 했다.

최저생계비의 100~120% 정도를 버는 차상위 소득계층에 대해서는 2%의 할인율이 적용된다. 농사용 전기요금을 동결한 것도 농민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가스요금 할인도 확대된다. 기초생활수급자,중증장애인(1~3급),독립유공자 등에 대한 할인율은 11%에서 16%로 상향 조정되고 차상위 소득계층은 5.6% 할인받는다.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기초수급대상자 등에 대해서는 요금 인상분만큼 할인율을 확대했다"며 "이들 계층은 이번 인상으로 추가 부담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시외버스와 고속버스 요금도 업계에서는 각각 12.1%와 6.8% 인상을 요구했지만 최종적으로는 4.3%와 5.3%로 인상 폭을 낮췄다고 정부는 강조했다.

정부는 또 일정 기간(2~5년) 적용할 공공요금의 상한선을 정해 놓고 이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중기 요금협의제'를 이르면 내년부터 도입하고 원가 공개를 확대해 공공요금 인상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4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 3%대

공공요금 인상으로 전반적인 물가 상승압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올 들어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2%대를 유지했던 것은 공공요금 상승률이 1.5%로 낮게 유지된 영향이 컸다. 윤 국장은 "이번 요금 인상으로 전체 소비자물가가 0.2~0.3%포인트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9~10월까지는 물가 상승률이 2%대를 유지하겠지만 4분기부터는 3%대로 올라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분을 감안하더라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반기 3.1%,연간 2.9%로 목표치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공공요금 인상으로 경제 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 수준이 높아지고 각종 물가가 뒤따라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산업용 전기 · 가스요금 인상은 기업의 생산원가를 늘려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송재혁 SK증권 연구원은 "기업이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원가 상승분을 소비자가격에 전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시내버스 상 · 하수도 쓰레기봉투 등 지방 공공요금도 들썩일 가능성이 높다. 올 들어 중앙 공공요금은 지난해보다 0.3% 하락한 반면 지방 공공요금은 3.1% 상승했다. 이미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지난달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각종 공공요금을 인상했다. 전라남도는 1일부터 버스요금을 최고 12.7% 올렸고 진주시는 정화조 청소료를 32.7% 올렸다.

이와 관련,정부는 26일 열린 시 · 도 관계자회의에서 인상 요인이 크지 않은 지방 공공요금을 동결하고,요금을 올리더라도 원가 상승분만 인상하도록 지시했다. 또 요금 안정을 위해 노력한 지자체에 대해서는 예산 및 평가에서 인센티브도 주기로 했다.

유승호/서기열/강황식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