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또다시 해외 기업 인수 · 합병(M&A)을 성사시켰다. 이번에는 중국 3위 홈쇼핑 업체인 '럭키파이(LuckyPai)'다. 이로써 롯데는 중국에서 백화점 대형마트 홈쇼핑 등 핵심 유통채널을 모두 갖췄다.

롯데그룹은 롯데쇼핑 롯데홈쇼핑 롯데미도파 등 유통 계열사들이 럭키파이의 지분 63.2%를 1억3000만달러(약 15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최근 맺었다고 30일 밝혔다. 국내 기업이 중국 홈쇼핑 업체를 인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는 앞으로 4년에 걸쳐 잔여지분 36.8%도 순차적으로 매입하기로 했다. 잔여지분을 사들이면 전체 인수금액은 1억6000만달러(약 1900억원)로 불어난다. 럭키파이에 대한 롯데 계열사들의 지분은 △롯데쇼핑 50% △롯데홈쇼핑 25% △롯데미도파 15% △기타 10% 등이다.

◆"중국 홈쇼핑 시장을 잡아라"

롯데가 중국 3위 홈쇼핑 업체인 럭키파이를 인수함에 따라 중국 시장 공략에 '날개'를 달게 됐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탄탄한 오프라인 점포에 이어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TV홈쇼핑 채널까지 거머쥔 만큼 13억명의 중국 소비자를 잡을 수 있는 통로가 한층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롯데는 백화점 대형마트 홈쇼핑을 '삼각편대'로 삼아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는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롯데가 럭키파이를 인수한 것은 그만큼 중국 홈쇼핑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미국에선 홈쇼핑이 전체 소매 유통업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5%에 달하지만,중국은 0.5%에 불과하다. 이처럼 비중은 낮지만 중국 홈쇼핑 시장은 매년 큰 폭의 성장을 거듭해 현재 234억위안(약 4조원) 규모로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관계자는 "경제가 성장하면 홈쇼핑 매출도 함께 늘어난다"며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인 만큼 홈쇼핑 사업 전망이 밝은 편"이라고 말했다.

럭키파이가 중국 전 지역을 커버하는 방송 라이선스를 갖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중국은 각 성에서 독자적으로 방송 라이선스를 부여하기 때문에 중국 전역 방송권을 따내기란 쉽지 않다. 럭키파이는 현재 상하이 충칭 등에서 홈쇼핑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상하이는 CJ오쇼핑이 진출한 곳이어서 조만간 국내 기업 간 맞대결도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CJ의 상하이 합작법인인 동방CJ홈쇼핑은 지난해 40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현지 유력 홈쇼핑 채널로 자리잡았다.

◆롯데,중국에 유통왕국 구축하나

중국은 롯데가 그룹 차원에서 추진 중인 '글로벌 롯데' 전략의 핵심 무대다. 고소득층과 중산층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만큼 유통업이 주력인 롯데로선 놓칠 수 없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은 2008년 베이징에 1호점을 연 데 이어 내년 초 톈진에 2호점을 낸다. 이들 점포를 시작으로 매년 2~3개씩 추가 출점해 2018년까지 중국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20개점까지 늘릴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현지 대형마트 체인인 타임스(매장 수 65개)를 인수하면서 단숨에 매장 수를 78개로 늘렸다. 롯데마트는 공격적인 출점과 추가 M&A를 통해 빠른 시일 내 중국에 100호점을 열 방침이다.

롯데의 '중국 유통왕국 구축 전략'에 위협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충칭에 진출한 GS샵처럼 예상치 못한 일로 사업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2005년 진출한 GS샵은 지난 4월 중국 정부에서 시간 임대 방식의 홈쇼핑 방송 송출을 금지시키면서 현재 방송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는 홈쇼핑 노하우를 갖췄을 뿐 아니라 백화점 마트 등을 통해 중국 유통업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며 "럭키파이 인수를 계기로 중국 유통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