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들의 호실적이 발표되면서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하지만 미래 주가를 예측하는 목표주가가 실제 주가 변동에 후행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 껑충 뛰는 주가…뒤따라 가는 목표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 주가는 발광다이오드(LED) 산업 호조로 인한 실적 기대에 지난 3월 9만원대에서 이달에는 19만원까지 두배 이상 급등했다.

이렇다보니 목표주가가 주가 오름폭을 미처 예측하지 못해 주가 상승세에 맞춰 목표주가를 빈번히 상향조정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네달 동안 총 네번 목표주가를 상향조정했다. 주가가 목표주가의 턱밑까지 쫓아올 즈음 잇따라 목표주가를 올려 사실상 주가가 목표주가를 밀어낸 셈이 됐다.

세아베스틸도 주가 급등과 호실적으로 증권사들을 당황시켰다.

대신증권은 지난 6월22일 세아베스틸의 주가가 목표주가인 1만9000원을 넘기자 2만2000원으로 올렸다. 그러나 한달 뒤인 지난 27일 올 2분기에 실적이 크게 호전된 것으로 나타나자 2만6000원으로 한번 더 변경했다. SK증권도 지난 6월에 세아비스틸의 목표주가 2만5000원을 신규로 제시한 뒤 지난 27일에 3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 주가와 반대로 가는 경우도

주가와 정반대 양상을 보인 목표주가도 있다.

최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지난 4월26일 SK에너지의 목표주가를 기존 14만원에서 15만8000원으로 상향조정했다. 그러나 주가는 반대로 점점 하락하기 시작하더니 12만원대의 주가가 1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지난 8일 최 연구원이 목표주가를 13만5000원으로 내리자 이번에는 주가가 상승세를 타 12만원 후반대까지 올랐다. 최 연구원은 지난 26일 목표주가를 다시 16만3000원으로 올렸다.

김재중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진득하게 기다린 경우다. 그는 SK에너지의 목표주가를 지난해 6월12일 기존 12만원에서 14만원으로 상향조정한 뒤 지난 26일 17만원으로 올릴 때까지 13개월간을 유지시켰다.

김 연구원은 "SK에너지의 경우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측면에서 기존에 제시한 목표주가 이상으로 상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해 장기간 유지했다"며 "최근에는 정제마진이 확대되고 전기차배터리 등 IT소재산업에 진출해 목표주가를 상향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 목표주가는 한달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목표주가를 업데이트하는 연구원도 있다.

이희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케미칼의 목표주가를 올해만 8번 변경했다. 보고서를 낼 때마다 짧게는 2주만에도 목표주가를 바꾼 것이다. 올해 한화케미칼 목표주가의 '최저가'는 지난 3월31의 1만6500원이었으며 '최고가'는 지난 28일의 2만7000원이었다.

이 연구원은 "목표주가의 변경 기간은 개인마다 특성이 있는 것"이라며 "화학의 경기싸이클은 변동이 심한 편이라 자주 바꾼 것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와 같이 잦은 목표주가의 변동은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다. 목표주가가 단기간에 상승할 경우 기업의 기초체력이 급격히 개선된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펀드매니저는 "최근 단기 급등한 일부 종목들의 경우 실적에 근거한 주가 상승은 어느 정도 이뤄져 향후 성장성에 근거해 판단해야 하는 만큼 전망이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산업과 기업의 미래를 폭 넓게 바라보고 판단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