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문화 기행] (12) 프랑스 아비뇽‥아비뇽 교황청의 주인들 백성을 다스릴 줄 몰랐다
19세기 프랑스의 문호 알퐁스 도데는 '풍찻간 편지'(1869)에 실린 '교황의 당나귀'라는단편에서 아비뇽에 군림했던 보니파스라는 교황(실제로는 로마 정청 시절의 교황)을 덕망있는 존재로 묘사했다. 도데는 그가 재위하던 시절 아비뇽의 거리는 늘 축제로 들썩거렸고 기근도 없고 전쟁도 없었다고 말한다. 교황은 백성을 다스리는 법을 잘 알았으며 백성들도 그런 교황을 잘 따랐다며 아비뇽 교황청 시절을 마치 요순시대처럼 그리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아비뇽 교황청의 주인 중 어느 누구도 백성들을 다스리는 법을 안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클레멘스 5세는 소화불량을 고치려고 에메랄드 분말을 복용하다 죽었고,베네딕토 12세는 로마로 복귀하려다 사람들의 신망을 잃었으며 교황청 건물을 대대적으로 확장하느라 정청의 재정을 탕진했다. 그의 유일한 업적이라면 중세 말 최고 화가였던 조토를 불러 프레스코화를 제작하게 한 일이었다.

클레멘스 6세 역시 새 교황청 건물을 짓는 데 돈을 쏟아부었고 늘 호화롭게 치장하고 다녀 주변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했다. 우르바노 5세는 교황청 안에서 과일을 따고 샐러드용 채소를 기르고 싶다면서 정원공사를 벌여 빈축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