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울산의 한국제지와 고려아연은 녹색성장을 위한 산업공생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은 생태산업단지 구축시범사업을 수행하는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생태산업단지구축사업단이 사업을 제안,두 업체가 수용하면서 성사됐다. 사업단이 1억7000만원을 들여 울산대 산학협력단과 대공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구성,사업 타당성 조사를 1년 동안 벌인 뒤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이 사업의 기대 효과는 크다. 한국제지는 제지용 충전제 제조공장에 필요한 이산화탄소와 초지공정에 필요한 스팀을 고려아연에서 공급받는다. 이럴 경우 연료비의 18%를 절감하고,화석연료를 이용한 에너지와 이산화탄소 생산을 제로화하는 시스템으로 바꾸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고려아연은 한국제지가 사용하던 연 3800만ℓ의 화석연료 사용량을 절감할 수 있다.

부산과 울산,경남기업을 지원하는 한국산업단지공단 동남권본부의 클러스터사업이 효과를 보면서 광역권 클러스터 사업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클러스터 구축은 산업단지 입주 기업들을 대학,연구소 등과 연결시켜 협력하도록 하는 사업.협력의 주된 포인트는 생태산업단지 구축 외에 기업의 기술 개발,공정 개선 등이다. 공단은 기계,자동차,조선,항공 등 우리나라 기간산업의 최대 집적지인 동남권에 150억원을 투입해 창원(메카트로닉스),울산(자동차),녹산(기계조선부품),사천(항공),양산(기계부품) 등 5개 거점단지의 특화산업을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이경범 한국산업단지공단 동남권본부장은 "5년에 걸친 클러스터 시범운영 성과를 바탕으로 사업을 더욱 확대해 효율성을 높이고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동남권 산업단지는 2004년과 비교할 때 입주 1056개사,생산 55.5%,수출 56.2%,고용 9.6%가 증가되는 등 외형적 성장을 이뤘다. 부산과 울산,경남으로 이어지는 동남권 광역권이 기계 중심의 클러스터로 조직되면서 효율을 높여나가고 있다.

이에 힘입어 동남권 클러스터는 원전과 방산,해양플랜트 사업 등 세계적인 산업벨트를 형성하고 있는 동남권 협력체제를 구축하면서 한 단계 발전하고 있다.

부산 녹산산단에 밀집해 있는 160여개 조선기자재 업체는 울산 현대중공업이나 거제도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의 대형 조선소에 납품하지만 조선기자재 업체와 조선소는 따로 움직여왔다. 동남권의 조선 관련 사업장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서로의 관심사를 공유해 국내 조선기자재 기술을 한층 발전시키겠다는 것이 한국산업단지공단의 방침이다.

동남권 광역클러스터는 5개 '거점단지'는 43개의 '연계단지'와 협력하는 체제도 갖춘다. 동남권 전체 주요 공단이 클러스터로 묶이면서 부산의 부품 업체들은 울산과 경남의 대기업과 직접 연결을 기대할 수 있다. 울산과 창원 등은 상대적으로 연구 기반이 풍부한 부산의 대학과 손잡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클러스터 사업은 철저히 기업 중심으로 진행된다. 기업의 경쟁력 확대를 위해 정부와 대학,연구기관이 전방위 지원을 하는 형태다. 각 부문에서 세계 1등 기업을 만들어 내면 국가 경쟁력은 자연스럽게 올라가기 때문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동남권의 '브랜드화' 사업도 강화한다. 도시와 기업브랜드를 동시에 높이겠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정보통신 기술도 접목시킬 계획이다. 서울 구로공단 등 정보와 기술을 갖춘 타지역 업체들과의 연계도 추진하고 있다. 경기과학기술센터와 협력체제를 구축해 지능형 메카트로닉스도 추진한다. 이 본부장은 "지식산업과 업종 첨단화사업 및 글로벌 경쟁력 사업을 지원해 기업들이 끊임없이 고부가가치 영역을 개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창원=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