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출범한 영국 연립정부가 추진 중인 이민제한 정책에 대해 영국 기업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0일 보도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집권여당 보수당과 닉 클레그 부총리가 대표인 제3당 자유민주당으로 구성된 영국 연립정부는 내년 4월부터 유럽연합(EU) 이외 지역 출신의 이민자 수에 대해 상한선을 정하기로 했다.

자국민의 일자리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영국 정부는 이를 위한 전 단계로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 EU 이외 지역 출신 이민자 수를 최대 2만4100명으로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영국에 들어오는 이민자는 연간 약 15만명으로,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EU 바깥 지역에서 유입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하지만 영국 내 회사들은 이 같은 정부 방침에 대해 "현실을 전혀 모르는 처사"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인도를 비롯한 신흥국들과의 사업 제휴가 빈번해지는 가운데 비(非)EU 출신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줄어들면 업무에 차질이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런던 법률회사 캐머런 매케나의 이민법 담당 변호사인 캐런 포프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정부의 이민제한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며 "정책을 강행할 경우 해외 이전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기업도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로비업체 런던퍼스트의 조 밸런타인 최고경영자(CEO)는 "한마디로 정부가 제정신이 아닌 정책을 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국 정부 내에서도 이민자 수 규제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캐머런 총리와 함께 인도를 방문 중인 빈스 케이블 영국 산업장관은 "외국인 근로자를 섣불리 줄일 경우 자칫 영국의 산업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고,신흥국들로부터 불만을 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