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어제 관계부처간 협의를 거쳐 '2010년 공공요금 조정방향'을 내놨다. 전기요금은 8월1일부터 평균 3.5% 인상하고 도시가스요금은 9월1일부터 평균 4.9% 올리면서 연료비 연동제로 복귀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손실 누적, 에너지 절감유도 필요성 등에 따라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왜곡된 에너지가격구조를 언제까지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다, 특히 올해는 최대의 전력 대란이 우려될 정도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요금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사실 이달 초 정부는 에너지 소비증가율이 당초 예상치인 4.6%를 크게 웃돌면서 7%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이런 높은 에너지소비 증가율은 11년 만에 처음이다. 에너지원별로 살펴보면 석유의 소비증가율은 다소 둔화되는 반면 도시가스와 전력수요는 각각 10.2%와 8.7%의 가파른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경기회복, 이상기온 탓이 물론 크지만 에너지 요금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해 에너지 과소비를 줄일 동기가 생겨날 수 없는 현실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해본들 실효성이 있을리 만무하다. 에너지 수요관리 외에는 달리 뾰족한 대응책도 없는 상황이고 보면 정부의 요금인상 결정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런 이유만으로 요금인상에 대해 국민들을 납득시키기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우선 그동안 누차 지적된 바 있지만 요금인상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한국전력, 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들이 국민들에게 돌아갈 부담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경영효율화 등 지금보다 훨씬 더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솔직히 그동안 공기업들이 투자재원 마련, 손실 발생 등의 이유로 요금조정을 요구해 왔지만 정작 자신들은 성과급 잔치나 하면서 요금인상을 통해 손쉽게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인상을 준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특히 올해의 경우 한전이 공기업 평가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해서 상당한 인센티브를 정부로부터 받는다는 것이 과연 국민들의 눈에 어떻게 비쳐질지 걱정스럽다. 공기업이 뼈를 깎는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확실히 실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국민들도 요금인상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물가불안 심리를 차단시키는 것도 긴요한 과제다. 정부 말대로 서민부담 완화와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물가안정이다. 정부가 곧 대책을 내놓는다지만 일부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물가불안 심리를 차단하려면 유통구조 개선, 시장경쟁 촉진, 가격정보공개 확대 등 구조적인 물가안정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