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실적이 좋고 주가가 싸도 술 · 담배 · 포르노 · 도박 등 이른바 '죄악주(sin stock)'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펀드가 있다. 최근 미국에서 상대적으로 안정된 수익률을 유지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신앙펀드(faith-based fund)'들이다. 신앙펀드는 종교 교리에 부합하는 '도덕적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일종의 사회적 책임(SRI) 펀드다.

30일 글로벌 펀드평가사인 모닝스타에 따르면 작년 이후 수익률이 꾸준히 S&P500 지수 상승률을 웃도는 상위 10개 주식형펀드 중 '아마나트러스트 그로스펀드'가 8위에 올랐다. 아마나펀드는 북미이슬람신탁(NAIT)이 고안하고 사투르나캐피탈이 운용하는 대표적인 이슬람 펀드로,1986년 선보인 최초의 신앙펀드다.

아마나펀드는 올 상반기 벤치마크 대상인 S&P500 지수가 6.7% 하락하는 동안 수익률이 5.6% 떨어지는 데 그쳤다. 2분기에도 지수 하락률이 11.4%에 달했지만 펀드 수익률은 -9.9%로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반면 증시가 오름세를 보였던 작년엔 지수 상승률(26.5%)을 웃도는 32.4%의 수익을 내 펀드순위가 4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 펀드는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 따라 죄악주는 물론 이자를 받는 은행,돼지고기 도축업체도 투자를 금한다. 데이비드 캐스먼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아마나펀드의 안정성이 부각되면서 이슬람 교도가 아닌 일반 투자자의 가입도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기독교 펀드들의 선전도 두드러진다. 가톨릭 교리에 따라 2001년 출시된 '아베마리아 가톨릭밸류 펀드'는 상반기 손실률이 3.52%로 S&P500 지수 하락률보다 훨씬 낮았다. 이 펀드는 낙태와 관련된 의료기기나 약품을 생산하는 기업을 투자금지 대상 1호로 삼고 있다. 동성애 커플을 인정하는 기업들 역시 투자하지 않는다.

20여개 펀드에 10억달러의 자금을 굴리는 '티모시플랜 펀드'는 기독교 펀드 중에서도 가장 투자기준이 엄격하다. 음란 영상물의 유통 채널이란 이유로 인터넷주까지 투자대상에서 제외해 사실상 투자가 가능한 종목은 S&P500 기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국내에서는 2008년 한국투신운용이 기독교단체 오이코크레딧 한국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사모 신앙펀드 개발을 추진했지만 불발에 그쳤다. 이영철 한투운용 상품개발팀장은 "투자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다소 문제가 있어 펀드를 만들지 못했지만 SRI 펀드로 의미 있는 상품이어서 관련 단체의 요구가 있으면 상품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