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30일 재 · 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에서 패배했으니 내가 사의 표명을 해서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지도부의 의견을 듣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선 최고위원이 "당 지도부가 총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정 대표는 "지도부가 다같이 물러나면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이 너무 혼란스럽게 되니 나 혼자 사퇴하는 것으로 매듭짓는 게 좋겠다"고 거듭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일부 최고위원이 '혼란'을 이유로 반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정 대표께선 '나만 물러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의사를 분명히 밝히셨는데 다른 분들이 '그러면 큰 혼란이 온다. 과연 그것이 지도부로서 책임지는 자세냐'고 반대해 한참 논의가 이어졌다"며 "이번 주말을 거치면서 좀 더 고민해 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고 결정된 건 아직 없다"고 말했다. 정 대표만 사퇴할지,지도부 전원이 사퇴하고 임시 지도부를 구성할지,현재 지도부가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형태로 전대까지만 임시 운영할지 여부를 놓고 정 대표와 지도부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비주류인 쇄신연대는 긴급 회의를 열어 "진정성이 없는 사퇴 의사"라며 "정 대표야말로 혼란의 주범"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도부 총사퇴와 임시 지도부 구성을 요구했다. 또 전당대회 준비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도 "주류 일변도의 편파적 인선"이라며 내달 2일 열릴 예정인 첫 회의에 불참하기로 했다. 김영진 의원은 "(정 대표가) 사의를 표명했다가 일부 지도부가 '그리하지 마소서'라고 했다고 이를 접느냐.지금이 중세시대냐"고 날을 세웠다. 이에 따라 내달 3일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정 대표의 사퇴 문제는 물론 전대 준비위 등 현안을 놓고 당내 주류-비주류가 정면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당대회 준비위원회 구성을 의결했다. 위원장 문희상 의원,부위원장 김부겸 문학진 김민석 위원,총괄본부장 이미경 사무총장 등 총 25명을 선임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