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정부의 친(親)서민 정책 성패를 결정지을 핵심 잣대로 떠올랐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과 국민생활 안정을 위해 공공부문의 요금 인상을 억제해 왔다. 하지만 공기업이 적자와 부채 문제로 허우적거리자 요금 인상을 허용하기로 했다.

전기요금이 1일부터 평균 3.5% 올랐고,고속버스 요금도 이달 중 5.3% 인상된다. 다음 달엔 도시가스 요금이 4.9% 오른다. 정부의 해명 노력에도 불구,공공요금 현실화가 물가 안정에 우선하는 모양새다. 전기와 가스는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것이어서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다른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오는 9월 중 유통구조 개선,시장경쟁 촉진,가격정보 공개 확대 등의 물가안정 대책을 마련한다고는 하지만 소비자물가 상승을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가안정의 공은 이 때문에 한국은행으로 넘어왔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전체적인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는 금리 인상 만한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정책금리(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한은은 경제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점을 내세워 추가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를 감안해 "앞으로 남은 과제는 금리 인상의 속도와 폭"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이달에도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지 여부를 관측하는 데 필요한 지표인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일 발표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들어 1월에만 목표치인 3%를 웃돌았을 뿐 이후엔 2%대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왔다. 6월의 경우 5월 2.7%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2.6%에 머물렀다.

하지만 수입물가가 5월 11.3%에 이어 6월 8.0%의 상승률을 보인 데다 생산자물가 역시 5월과 6월 연속 4.6%의 상승률을 기록해 소비자물가 상승 폭 확대가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만약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를 웃돈다면 8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분석하고 있다.

3일 공표되는 7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을 계기로 외환당국의 환율정책에 대한 논란이 빚어질 공산이 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외환당국이 적정 원 · 달러 환율을 1150원 이상으로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수출 증대를 위해 약간 높은 수준의 환율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물가안정이란 정책 목표를 감안하면 외환당국의 시각도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성태 전 한은 총재는 이와 관련,"환율은 수출 측면에서만 보면 안 되고 물가라든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그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최근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고환율의 혜택이 대기업에만 돌아간다고 지적하고 나선 것도 환율 하락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오는 5일 내놓는 경제 동향과 기획재정부가 6일 발표하는 그린북(최근 경제동향)이 경기논쟁에 불을 지필 것인지도 관심이다. 정부와 KDI는 우리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보지만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경기선행지수가 6개월 연속 하락한 점 등을 들어 하반기엔 둔화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과 세제개편안을 두고 재정부와 다른 부처 간 줄다리기는 이번 주에도 계속된다.

박동준 경제부 차장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