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업체들이 약진하고 비메모리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사이클에 민감한 메모리가 비메모리보다 경기회복 수혜를 더 많이 입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대만의 EE타임스는 지난달 31일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IC인사이트의 보고서를 인용해 "전 세계 톱20 반도체 업체 상반기 매출을 집계한 결과 4개 메모리 업체의 순위가 상승한 반면 비메모리 업계에선 5개사 순위가 떨어졌다"며 "메모리 업체가 올 상반기 반도체 시장의 승자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메모리 업계에선 삼성전자를 제외한 도시바 하이닉스 마이크론 엘피다 등이 지난해보다 최소 한 단계 이상씩 순위가 상승했다. 일본 최대 D램 업체인 엘피다는 지난해보다 다섯 계단 순위가 올라 톱10에 들어갔다.

하이닉스도 지난해보다 두 계단 상승한 7위에 올랐다. 도시바와 마이크론도 한 계단씩 상승하는 등 메모리 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인텔에 이어 2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IC인사이트는 "삼성전자가 상반기에 호성적을 거둬 인텔을 거의 따라잡았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은 인텔의 65% 수준에 그쳤지만 올 상반기엔 80%까지 높아졌기 때문이다.

메모리 업체들이 2분기에 전 분기 대비 10%가 넘는 매출 증가율을 기록한 데 비해 비메모리 업체들은 대부분 한 자릿수 증가율에 머물렀다. 미국의 대표적 휴대폰 비메모리칩 업체인 퀄컴은 지난해 8위에서 세 계단 순위가 하락해 톱10에도 들지 못했다.

메모리 업체의 약진은 경기회복에 힘입어 PC와 스마트폰 등 IT 제품 판매가 늘면서 메모리 수요가 급속하게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IC인사이트는 분석했다. 메모리는 비메모리에 비해 빠른 기술 업그레이드로 제품 수명이 짧기 때문이다. 경기회복 수혜가 경기에 덜 민감한 비메모리보다는 메모리 업체에 집중된 이유다.

향후 메모리 반도체 경기도 낙관적이다. 메모리 경기 사이클이 4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겪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메모리 호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윈도7 출시에 따른 PC 교체 수요 및 향후 하드드라이브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되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채용 증가가 메모리 수요를 끌어올릴 것이란 분석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