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회사채 발행과 비상장 계열사 기업공개(IPO)를 통해 선제적으로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하반기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데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출구 전략에 본격 나서자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장기 자금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4일 우리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를 주관사로 5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다. 만기 5년짜리 장기채다. 포스코가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하기는 작년 1월 이후 1년 반 만이다. 포스코는 회사채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을 고로 개 · 보수와 광양 후판공장 준공 등 시설투자 및 운영자금으로 쓸 계획이다.

또 대한항공이 2일 3000억원,한진중공업이 3일 599억원의 회사채를 각각 발행한다.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의 차환 발행 외에 시설 및 운영자금을 추가로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에 따라 지난주 현대자동차(3000억원)를 포함,1조2300억원의 회사채가 발행된 데 이어 이번 주 발행 규모도 1조4551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주간 회사채 발행 금액이 2주 연속 1조원을 넘은 것은 지난 5월 이후 두 달 만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 현대중공업 NHN 등도 8월 중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며 "대기업을 중심으로 자금 수요가 늘고 있어 회사채 발행이 한동안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 들어 뜸했던 우량 대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다시 활발해진 것은 갈수록 자금조달 비용이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 대형 증권사 기업금융(IB) 담당 임원은 "한국은행이 예상보다 빨리 금리를 올려 하반기 시설투자 등 대규모 자금 집행을 앞두고 있는 기업들은 마음이 급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기업들의 IPO도 잇따를 전망이다. 삼성SDS와 실트론,두산엔진 등이 향후 1년 내 증시 상장이 예상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재계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움츠러든 금융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어 지금이 직접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고 말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