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80만원 레스토랑 `알바'하며 처지 비관한 듯"

조부모 밑에서 자라 고등학교 졸업 후 상경해 남의 도움을 거절한 채 월 80만원의 수입으로 억척스럽게 살아온 19세 여성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나머지 한강에 몸을 던진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서울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1일 오후 3시50분께 서울 동작대교 남단 부근에서 박모(19)양이 한강으로 뛰어내려 실종됐다.

목격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수난구조대는 1시간여 동안 투신 수역을 중심으로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끝내 찾지 못했다.

신고자는 "차를 타고 동작대교를 지나가다가 누군가 다리 난간 바깥에 서 있는 모습을 봤다.조금 뒤 이상한 생각에 고개를 돌려 다시 보니 사라지고 없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양이 뛰어내린 곳에는 배터리가 소진된 휴대전화와 손지갑이 든 가방이 있었지만, 유서나 자살임을 알리는 메모는 발견되지 않았다.

5살 때 부모가 이혼한 뒤부터 여동생(17)과 조부모 밑에서 자란 박양은 지난해 경기도 가평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올라와 아르바이트하며 혼자서 생활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부모와 별다른 연락 없이 지내는 사정을 잘 아는 서울의 친척이 "힘들 텐데 우리 집에 들어와서 지내라"고 권유했지만, 박양은 스스로 살겠다며 거절한 채 월세 27만원의 고시원에서 생활해왔다.

박양의 월수입은 80만원 정도였다.

최근 이태원의 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이다.

지난달 30일에는 레스토랑 점주에게 "고시원비도 밀리고 해서 힘들다"라며 생활고를 겪고 있음을 암시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날인 31일에는 레스토랑에 출근하지 않았다.

박양은 매일 체험하는 경제적 양극화 현상과 심리적 외로움 등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가 없었지만, 정황을 보면 외로움과 불우한 처지를 비관해 투신자살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패밀리 레스토랑을 자주 찾는 가족이나 젊은 연인 단위의 손님들을 보면서 삶의 의욕을 상실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박양의 수색을 계속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