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신입생을 선발하는 데 연연하지 않고 탁월한 졸업생을 배출하는 데 힘을 쏟겠습니다. "

오연천 서울대 총장은 2일 서울대 문화관 중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미래를 꿈꾸는 잠재력 있는 인재에게 학습 기회를 열어주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 총장은 지난달 20일 4년간의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오 총장은 이어 "외국 대학을 따라가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지적 주체성으로 아시아의 가치와 한국의 길이라는 새로운 담론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명실상부한 세계적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외부의 잣대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보다 엄격한 내면의 기준에 입각한 학문적 양심을 바로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 총장은 또 "서울대가 그간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함께 나누는 진지한 인간애를 얼마나 발휘했는지,외국의 연구성과를 수입해 전달하기에 바쁘지는 않았는지,학교의 명성에 안주하는 예비 기득권층을 양산한 것은 아닌지 꼼꼼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며 "더 이상 계량화된 외형과 수치에 만족하지 말고 다시 한번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의 시대에 빛을 던져줄 수 있는 유일한 등불은 바로 대학"이라며 "중차대한 변화의 시점에서 학교의 질적 도약에 필요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헌신하겠다"고 강조했다.

오 총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대에서 재정학 및 공공관리학으로 석 ·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오 총장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서울대 법인화안'이 통과되면 법인 서울대의 초대 이사장이 된다. 초대 이사장은 학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를 관장하며 인사와 학교운영권까지 갖는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