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 도입된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 제도가 정치권의 포퓰리즘(대중 인기영합주의)에 흔들리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최근 노동현장을 잇달아 방문,노조법 재개정 방침을 밝히는 등 노조의 타임오프제 무력화 투쟁을 부추기는 양상이다. 이 때문에 타임오프제가 재개정될 것이란 기대심리가 높아져 일부 노조에선 타임오프 전임자 협상에 응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일 고용노동부 및 재계에 따르면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지난달 16일 타임오프제 도입으로 노사갈등을 빚고 있는 기아자동차 노조를 방문,노조의 투쟁에 불을 지피는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홍 의원은 이 자리에서 "타임오프는 힘있는 노조를 죽이기 위한 법이다. 타임오프 매뉴얼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고용부 근무지침에 불과하다. 노조가 투쟁하면 야5당이 적극 지지할 것"이라며 위험 수위를 넘나들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19일 기아차 노조 대표와 회사 측 대표를 만나 타임오프제에 대한 양측의 입장을 들었다. 야당 의원의 잇따른 방문에 한껏 고무된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기아차 문제 정치권이 나섰다'는 제목으로 홍 의원의 발언 등을 자세히 소개하며 투쟁을 독려했다. 기아차 노조는 '총회,대의원대회,조합원 교육을 무급으로 처리하겠다'는 회사 측을 상대로 단체협약이행 청구소송과 단체협약이행 가처분신청,임금청구소송 등을 낼 계획이다. 타임오프제 시행을 이유로 사측이 각종 지원을 중단한 것과 관련,조합활동방해금지 가처분신청,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등도 제기할 예정이다.

홍영표 의원과 홍희덕 의원은 지난달 28일과 29일에도 '타임오프 현장실태조사'명목으로 한국공항공사와 한국가스공사를 방문해 타임오프 전임자 협상 진행상황을 들었다.

이에 앞서 홍영표 의원이 전남대병원 분규사태의 조정만료일인 지난달 14일 전남지방노동위원회를 찾은 것과 관련,"조정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민감한 시점에 굳이 현장을 방문한 까닭을 모르겠다"는 현장 관계자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야당 국회의원들이 노사갈등을 빚고 있는 현장을 다니는 것은 노조의 투쟁을 부추기는 꼴"이라며 "타임오프제가 하루 빨리 정착될 수 있도록 정치권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이날 성명을 통해 "일부 국회의원들의 불법파업 현장 방문은 노조의 타임오프제 무력화 투쟁에 동조하는 것으로 인식돼 노동계의 불법과 편법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