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진보 성향인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이끄는 전북도교육청의 자율형 사립고(자율고) 지정 취소 방침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반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2일 자율고를 추가 지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자율고를 둘러싼 정부와 진보 성향 교육감 간의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주재봉 전북도교육청 기획관리국장은 이날 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남성고(익산)와 중앙고(군산)의 자율고 지정에 문제가 있어 이를 취소하기로 했다"며 "오는 6일까지 해당 학교 측의 의견을 수렴하고 9일 김 교육감이 최종 결정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전북교육청은 취소 이유로 △학교법인 측의 법정부담금 납부의 불확실성 △고교 평준화 정책과의 상충 △불평등 교육 심화 등 세 가지를 들었다.

이들 2개 학교는 지난 5월 말 최규호 전 교육감이 퇴임 직전에 교육과학기술부와 협의를 거쳐 자율고로 지정했지만 김 교육감은 취임 초기부터 취소 입장을 유지해 왔다.

곽 교육감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자율고 정책과 관련한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혀 자율고 설립을 억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곽 교육감은 당선 전부터 줄곧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자율고의 설립을 억제하고 지정된 곳 가운데 조건 및 관계 법령을 위반하는 학교는 향후 일반 학교로 전환하겠다고 밝혀 왔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이날 전북교육청이 자율고 취소 처분을 내릴 경우 직권으로 재취소하고 김 교육감의 법령 위반 여부를 따져 단호히 대처하기로 했다. 자율고 지정 취소 처분은 초 · 중등교육법 시행령 위반이므로 즉시 시정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곽 교육감의 자율고 억제 방침에 대해서도 "법령에 따라 어떤 학교든 자율고 지정을 신청할 수 있고 법적 요건이 맞으면 교과부와 협의를 거쳐 지정해야 한다"며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법령에)취소 기준 및 절차가 명시돼 있지 않지만 국민의 권리 · 의무를 제한하는 (자율고)취소는 중대한 법률 위반 등 최소한의 경우에만 가능하고 취소절차 역시 지정 때와 동일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교과부와 협의 없이 취소한다면 하자 있는 처분에 해당되는 만큼 시정조치를 내리는 게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남성고와 중앙고도 전북교육청의 방침에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 학교는 오는 5일과 28일 각각 예정대로 입학설명회를 강행키로 했다. 남성고 관계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지정된 자율형 사립고를 교육감이 직권 취소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동문회 및 지역사회와 협의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중앙고 관계자도 "신입생 모집을 준비하고 있는데 지정을 취소하면 여러 가지 혼선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들 학교 동창회와 학부모들도 도교육청의 결정에 반발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로 했다.

자율고는 현재 서울 27곳 등 전국에 50개교(자립형 사립고에서 전환된 곳 포함)가 지정돼 있으며 2012년까지 100개로 늘린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이명박 정부의 고교다양화 정책의 핵심으로 등록금이 일반고보다 3배 이상 높고 교과 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자율고 지정권한이 시 · 도교육감에 위임돼 있어 앞으로도 자율고를 놓고 정부와 진보 교육감들 사이의 힘겨루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정태웅/김일규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