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 · 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이 범(汎)현대가의 장자로서 사촌 형제나 조카 등 현대가 일원들 챙기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는 100% 출자 자회사인 IHL(아이에이치엘)의 지분 중 10%(12만주)를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맏손녀(정몽구 회장의 조카)인 정은희씨 부부에게 매각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은희씨 9%(10만8000주),남편인 주현씨 1%(1만2000주) 등으로 거래금액은 주당 2만8891원,총 34억원이다. 은희씨는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맏아들인 고(故) 정몽필 전 인천제철 사장의 맏딸로,생전 정 명예회장의 애정이 각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명예회장은 1995년 8월 은희씨가 당시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 평사원이었던 주현씨와 결혼할 때 이미 고인이 된 몽필씨를 대신해 신부의 손을 잡고 식장에 입장하기도 했다.

은희씨 부부는 지분 매입과 함께 IHL의 경영권도 넘겨 받았다. IHL의 등기임원으로 부사장이던 남편 주씨는 지분 매입 직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IHL은 자동차 램프 제조업체로,작년 말 기준 총자산은 1173억원,매출은 1975억원,순이익은 28억원을 기록했다.

재계에서는 은희씨 부부가 IHL의 2대주주 부상과 함께 경영권도 확보하자 정몽구 회장이 장자로서 본격적으로 집안 챙기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회장은 이에 앞서 2005년 현대오일뱅크 사장에서 물러나 있던 사촌동생 정몽혁 현 현대종합상사 회장을 현대차 계열의 자동차 부품회사인 메티아(옛 아주금속)의 대표로 앉힌 바 있다. 정몽혁 회장은 정주영 명예회장의 다섯째 동생인 신영씨의 아들이다. 정몽구 회장은 또 45세 나이에 요절한 친동생 고 정몽우 전 현대알미늄 회장의 장남 정일선 사장에게 BNG스틸의 대표이사를 맡겨 놓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이 현대가의 장자로서 집안의 기둥 노릇을 하면서 화합을 다지는 데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10주기를 맞아 범 현대가 내에서의 적통성을 회복하기 위한 행보가 지속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