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처 산하 기관에서 근무하는 강모씨 등 5명은 업무 특성상 연장근무를 할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런데 보수규정에 따르면 실제 연장근무시간을 따로 계산하지 않고 '시간외 근무수당'으로 정액을 지급하도록 돼 있었다.

기관은 또 시간외 근무수당 외에도 고객들이 따로 내는 봉사료 일부를 시간외 근무자들에게 근무시간에 따라 분할지급해 왔다.

문제는 2004년 5월 봉사료 지급이 중단되면서부터였다. 연장근무를 해도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들자 강씨 등은 국가를 상대로 "시간외 근무수당은 근로기준법에 의거해 실제 연장근로한 시간을 기준으로 받을 수 있었던 돈보다 적다"며 임금청구소송을 냈다. 이에 기관은 "연장근로한 근로자들에게는 시간외 근로수당이 포함된 시간외 근무수당을 지급해 왔고,특별수당과 봉사료도 줬다"면서 반박했다.

이른바 '포괄임금제'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최근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일정액을 근로시간수에 상관없이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포괄임금제는 근로 형태와 업무 성질상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울 경우에만 유효하다"며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 지급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포괄임금제 방식의 임금 지급계약을 체결했다 해도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근로자가 불이익을 겪는다면 허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대법원 판례는 연장근로시간을 정확히 계산할 수 있는지 여부를 포괄임금제의 유 · 무효 여부를 가르는 기준으로 삼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전 대법원 판례는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여러 사정상 정당하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포괄임금제가 유효하다고 인정해 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과거 판례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해당하므로,근로시간을 산정할 수 있는 경우 실제 근로시간과 무관하게 정액으로 수당을 지급하는 포괄임금계약까지 유효하다는 뜻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강씨 등은 약 30만~180만원을 지급받게 됐다.

근로기준법은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해 일한 연장근로와 야간근로(오후 10시~오전 6시),휴일근로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