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함께] "우리회사 윤활유는 '애사심'…세계최고 윤활유 만드는 비결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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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암엘에스의 도전
美 우주선에 특수 윤활유 공급
작년 300여종 27개국에 수출…
매출 10~12% 연구개발 투자
금연ㆍ가족ㆍ효도ㆍ독서 수당까지
美 우주선에 특수 윤활유 공급
작년 300여종 27개국에 수출…
매출 10~12% 연구개발 투자
금연ㆍ가족ㆍ효도ㆍ독서 수당까지
우주선도 자동차처럼 윤활유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우주공간을 계속 운항하는 우주선에 윤활유를 재공급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이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낸 국내 기업이 있다. 충남 아산에 있는 장암엘에스(회장 구연찬)가 바로 그 회사다.
장암엘에스는 한번 공급하면 20년간 유지되는 윤활유를 개발했다. 'MOS2'라는 이 물질은 한번 코팅하면 20년간 계속 윤활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13명으로 구성된 장암엘에스의 연구진은 KIST의 도움으로 5년 만에 이 기술을 개발했다. 이 윤활유의 강점은 우주선 항공기 자동차 등 구동장치가 많은 장치물에 적용하면 20년간 작동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는 것.따라서 이제 자동차를 제조할 때 이 윤활제를 활용한 부품은 폐차할 때까지 윤활제를 전혀 교체해주지 않아도 된다.
덕분에 올 들어 장암엘에스는 이 MOS2를 국내 자동차 및 쾌속정의 스타팅모터와 볼조인트의 코팅제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도 수출주문이 밀려오고 있다. 내년 하반기부터 미국의 우주선 제조에 이를 공급하기로 예약을 받아놓은 상태다.
1980년 설립된 장암엘에스는 서울 영등포동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충남 아산에 대지 2600㎡, 건평 5000㎡의 공장과 연구소를 가지고 있다. 이 공장에서는 다목적 그리스 플라스틱 그리스 저마찰 그리스 체인오일,기어오일 금속가공유 등 300여종의 특수윤활유를 생산한다.
이 회사의 공장 안에 들어서면 곳곳에 시험장비와 개발설비들이 즐비하게 설치돼 있다. "연구개발장비는 대당 2억원에서 15억원 정도 소요된다"고 구연찬 회장은 설명했다.
이 회사는 전체 매출의 10~12%를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이런 연구개발투자 덕분에 MOS2와 같은 첨단기술을 개발해낸 것이다. 장암엘에스는 현재 아산 인주산업단지 안에 대지 3만㎡,건평 1만6000㎡의 신공장을 건축 중이다.
지난해 미국 영국 독일 중국 일본 등 전 세계 27개국에 580만달러어치의 윤활유를 수출한 이 회사는 이 신공장이 완공되면 밀린 주문을 충족시킬 수 있어 내년에는 약 700만달러어치를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수출확대를 위해 독일 프랑크푸르트,중국 상하이 등에 지사를 세웠다. 이 회사의 주요 고객은 현대 · 기아자동차를 비롯 GM 포드 등 자동차 회사와 삼성 LG 등 전자회사다. 그러나 이 회사의 제품은 일반인에게도 기여한 부문이 많이 있다.
그 첫번째가 지하철 분야다. 그동안 지하철을 타고 가다 곡선부분을 지나면 '삑삑'하는 듣기 싫은 소리가 났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지하철에서 이 소리를 듣지 못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이 회사가 개발한 저마찰 특수윤활유를 공급했기 때문이다.
사실 요즘 새로 출차되는 승용차들은 몇 년 전에 나온 승용차들에 비해 소음이 크게 줄어들었다. 상식적으로 승용차의 소음이 줄어든 것은 엔진과 구동장치의 성능이 향상됐기 때문일 거라고 판단한다. 물론 그 판단은 옳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윤활유의 성능이 훨씬 좋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급윤활유를 쓰면 자동차의 소음이 절반이나 줄어든다는 사실을 이 회사의 연구실에 찾아가 실험과정을 보면 금세 알게 된다.
장암엘에스는 기술부문에서만 이렇게 남다른 것이 아니다.
경영부문도 참 독특하다. 일례로 수당제도를 한번 살펴보자.직원의 부인이나 여직원이 자식을 낳으면 20만원의 수당을 지급한다. 여기에다 매월 가족수당 5만원을 지급하고,첫째 자식에겐 매달 5만원,둘째엔 8만원,셋째엔 12만원 을 준다. 자식이 3명인 사람은 매달 30만원을 더 받는 셈이다. 여기에다 부모 가운데 한 분만 살아 있어도 효도수당 3만원을 매달 준다. 또 남녀를 구별하지 않고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에겐 매달 2만5000원의 수당을 준다.
이 회사의 가장 독특한 수당은 독서수당이다. 책을 사보고 싶은 사원은 일단 책을 사서 읽고 간단한 독후감만 내면 책값의 2배를 준다. 사원의 아이디어 제안을 촉진시키기 위해 제안을 많이 한 사원에겐 연말에 10만~150만원의 제안수당을 준다. 중소기업으로서는 드물게 자녀학비도 대학까지 전액 지원한다.
연세대 경제대학원과 국립 카자흐스탄경제대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구연찬 회장은 앞으로 신사업으로 실리콘사업을 확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실리콘 그리스를 일부 생산하고 있으나 인주산업단지에 신공장이 완공되면 LED 및 LCD 부문에 들어가는 실리콘 사업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실리콘은 LED가로등 실링제를 비롯 휴대폰 코팅 등에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 회장은 또 윤활유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으로 녹색분야를 꼽았다. 그는 이른바 '녹색 윤활유'를 만들기 위해 지난 6년간 계속 연구개발을 해왔으며 이미 40도 이하에서 자연 분해되는 윤활유를 개발,공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치구 한국경제 중소기업연구소장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