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가 우리금융지주 지분매각 업무를 담당할 국내외 주간사 세 곳을 선정하기 위해 공고를 냈다. 정부가 지난주 발표한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을 실천에 옮기기 위한 절차가 개시된 셈이다. 우리금융에 공적자금이 들어간 지 10년이나 된 만큼 민영화는 당연한 수순이고 서둘러야 하는 일임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매각 규모가 워낙 커 정부 해법대로라면 과연 인수자가 나올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민영화를 끝내기가 극히 불확실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해당 기업들의 주가가 지지부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을 따로 떼어내 판다고 하지만, 예보의 우리금융 보유지분 57% 가운데 절반만 인수하는 데도 현 주가를 기준으로 3조4000억원 가까이 필요하다. 시장가치의 30% 정도까지 쳐주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합치면 인수대금이 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사정 때문에 정부가 다른 금융지주사와의 합병도 고려하는 것이지만, 궁색한 대안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것 말고도 지금 2조~3조원대 초대형 기업매물이 수두룩하다. 금융회사와 대기업들의 참여없이는 어느 것 하나 처리하기가 쉽지 않다. 대우건설의 경우 인수자가 없어 산은금융지주에서 사모펀드(PEF)를 만들어 이달 중에 일단 2조9000억원어치의 재무적 투자자(FI) 지분을 사줘야 할 처지다. 9월엔 포스코가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와 3조4000억원 규모의 대우인터내셔널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건설은 10월 매각공고를 거쳐 12월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게 돼 있다. 채권단이 팔려는 보유 지분(35%)의 시장가치는 현재 2조4700억원이 넘어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고려하면 인수대금이 족히 3조2000억원은 될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 3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평가되는 대우조선해양, 2조5000억원이 필요하다는 하이닉스반도체 등도 새 주인을 찾고 있다. 당장 대기 중인 기업 매물을 소화하는 데에만 줄잡아 15조원이 필요하다는 얘기이니 인수업체를 찾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의 매각이 늦어지면 공적자금 회수에도 차질이 빚어진다는 점이다. KAMCO는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이 사실상 확정돼 한숨을 돌렸지만 아직 대우조선에 5700억원 정도가 묶여 있다. 정책금융공사(옛 산업은행)와 산은금융은 더 다급하다. 대우건설,현대건설,대우조선 등에 잠겨 있는 지분을 빨리 정리해야 내년에 계획대로 산은금융이 상장해 정부에 출자자금을 돌려줄 수 있다. 예보 역시 내년 상반기까지 시간 여유가 있다지만 우리금융 매각을 통해 최소한 7조4000억원을 찾아와야 하기 때문에 마음놓고 있을 형편이 못 된다.
따라서 정부는 우선 덩치 큰 기업매물의 매각 순위를 정하는 시간표부터 만들어야 한다. 개별적으로 처리하다가 매각이 내년으로 넘어가면 우리금융 등과 겹쳐 손을 쓰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자칫 해외자본에 의존함으로써 정책적으로 뜻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지 않기 위해서도 국내 자본으로 한 건이라도 조속히 매듭짓는 것이 중요하다. 가뜩이나 우리 경제상황은 상반기보다는 하반기가,올해보다는 내년이 좋지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기업들에 여유자금이 많으니 자꾸 쓰라고 독촉할 것이 아니라 매물인수를 포함,자발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게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필요한 때다.

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