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씨는 Y씨로부터 경북 칠곡군 아파트 등 부동산을 5억3000만원에 매입하기로 계약을 체결하고 다음 날 군청에 취득세 및 농어촌특별세를 자진신고했다. K씨는 그러나 이후 매매대금을 내지 못해 한달 후 계약을 합의 해제했다. 칠곡군은 K씨가 신고대로 세금을 내지 않자 취득세 등 1300만여원을 납부할 것을 고지했고,K씨는 부과처분무효소송을 냈다.

법원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K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구고법은 지난달 "K씨가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계약을 해제했기 때문에 부동산을 사실상 취득하지 못한 것으로 봐야한다"며 "과세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부동산 경기 불황과 복잡해진 청약절차 과정에서의 부정 청약 등으로 아파트 계약 취소 사례가 늘면서 '계약 해제 뒷수습'이 법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계약 해제 전에 낸 세금이나 공사대금,타인에 대한 전매,대출 등이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아 해제에 앞서 법적 문제는 없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발코니 공사 후 계약 취소하면

아파트를 분양받아 발코니 트기 공사를 한 후 분양계약을 취소하면 발코니 공사비는 어느 쪽이 내야 할까. 법원은 수분양자가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서울 중구 순화동 '포스코 더?t'아파트의 발코니 트기 공사업체인 A사가 시행사인 정은스카이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 2심에서 지난달 A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A사는 2006년5월께 수분양자들과 계약을 맺고 발코니 트기 공사를 했으나 해당 수분양자들이 분양계약을 해제하자 정은스카이에 "미지급 공사대금 1300만여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그러나 "A사와 수분양자들의 계약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을 시행사에 청구한다면 계약의 위험부담을 제3자에게 전가시키는 것이어서 계약법의 기본원리에 반한다"며 "발코니 공사 계약이 아파트 공급계약에 포괄적으로 양도 · 양수된다고 A사와 수분양자들 사이에 계약서가 작성됐으나 이 역시 시행사에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명의대여라도 대금반환은 계약자에게

비록 분양계약에서 명의만 빌려줬다 하더라도 계약 당사자라면 해제후 분양업체로부터 대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게 법원의 판단이다.

K씨는 2007년6월 ㈜메타폴리스로부터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주상복합아파트 '메타폴리스'를 3자녀 무주택자 자격으로 특별분양받아 계약금과 중도금 1억4000만여원을 낸 후 C씨에게 전매했다. K씨는 그러나 남의 자녀를 허위로 입양한 사실이 적발돼 계약을 취소당했다. K씨는 이에 분양대금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으나 회사 측은 "분양계약의 실제 당사자이자 돈을 낸 사람은 C씨이고 K씨는 명의만 빌려준 것"이라며 거부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분양대금을 설사 다른 사람이 냈어도 납입 당사자는 K씨여서 돈을 돌려받을 권리가 있다"고 판결했다.

◆건설사 대출금은 반환대금과 상계

건설사로부터 중도금 대출 연대보증을 받았다가 대출금을 못 갚고 계약 취소하면 따로 건설사에 대출금을 물어줘야 할까. 전북 전주에서 아파트를 분양한 D건설사는 B씨와 2004년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B씨가 농협중앙회로부터 대출받은 돈으로 중도금을 충당하고,D사가 이에 연대보증키로해 B씨는 1억8000만여원의 대출금을 중도금으로 냈다. 그러나 B씨가 농협중앙회에 돈을 갚지 못하자 결국 D사가 대위변제해줬고,분양계약은 해제됐다. D사로부터 채권을 넘겨받은 E시행사는 이에 대출금에 대한 구상금 청구소송을 냈으나 전주지법은 지난해 "계약 해제로 E사는 분양대금 채무가 생겼고 채무액과 변제시기가 대출금 채무와 대등해 상계로 소멸됐다고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