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과 요미우리신문의 공동 인터뷰에 응한 사사키 미키오 미쓰비시상사 상담역(일 · 한경제협회 회장)은 "지금이야말로 한 · 일 경제협력의 수준을 한단계 높일 때"라고 말했다. 일본의 부품 · 소재를 한국이 수입해 완성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기존의 협력 틀을 뛰어넘어 제3국 플랜트 시장 공동 진출과 같은 한차원 높은 협력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6월 일 · 한경제협회 회장과 일 · 한산업기술협력재단 이사장에 동시에 취임한 사사키 상담역을 지난 2일 도쿄 시내 미쓰비시상사 본사에서 만났다.
▼한국 · 일본의 기업관계를 어떻게 보십니까.
"한 · 일 양국은 산업 간 제휴와 수평 분업이 잘 이뤄지고 있습니다. 일본의 부품 · 소재를 사용해 한국 기업이 최종 제품을 만든 뒤,미국 중국 등에 수출하는 게 대표적이지요. 일본은 기초 기술이나 부품 분야가 뛰어납니다. 한국은 대기업의 과감한 선행 투자와 스피드 경영,치밀한 마케팅이 합쳐져 완성품 제조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두 나라의 이런 장점을 잘 조화시켜야 합니다. 최근 한국에서 새삼 강조되고 있는 대일 무역적자 문제는 두 나라가 지혜를 짜서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도 단순히 두 나라 간의 균형이란 차원에서만 보지 말고,좀 더 글로벌한 시야에서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
▼바람직한 한 · 일 경제관계는 무엇입니까.
"서로 윈-윈(win-win)하는 관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미쓰비시상사만 해도 한국 기업과 단순한 수출입뿐만 아니라 제3국에서의 철도 등 인프라 공동 진출,자원 공동 개발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일본 경제계는 자신을 점검하는 경쟁자로만 한국을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만,좀 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일본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을 때일수록 한 · 일 협력의 수준을 한단계 높여야 합니다. "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한국 경제와 기업의 강점은 크게 세 가지라고 봅니다. 첫째,빠른 의사결정입니다. 한국 기업은 오너 중심 경영을 하기 때문에 톱 다운(top-down)식의 빠른 결단이 가능합니다. 둘째,도전 정신입니다. 한국 기업은 컨트리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고,신흥국에 과감하게 진출합니다. 셋째,정부 정책이 명확하다는 점입니다. 자유무역협정(FTA)만 해도 교역 규모가 큰 나라를 중심으로 먼저 체결한다는 전략이 분명하지 않습니까. "
▼한 · 일 양국 기업이 서로의 장점을 조화시켜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국 기업은 조립 · 생산기술에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일본 기업은 모노즈쿠리(物作り · 혼신을 다해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것)로 대변되는 장인정신이 장점입니다. 이것을 합치면 큰 힘이 됩니다. 삼성전자의 성공이 이를 증명합니다. 한국에 있는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공장 주변에는 스미토모화학 아사히글라스 도레이와 같은 일본의 소재 기업들이 직접 진출해 있습니다. "
▼한 · 일 자유무역협정 협상이 중단된 상태인데요.
"한 · 일 FTA를 단순히 관세 인하라는 시각에서만 보면 한국 측이 경계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일본에 비해 한국의 관세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시장개방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지요. 바로 이 점이 한 · 일 FTA 교섭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FTA는 두 나라의 시장 통합,하나의 광역경제권 형성이란 시각에서 봐야 합니다. 물건이나 사람의 교류를 자유롭게 해 시장을 통합하는 수단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유럽과 같이 국경을 넘는 기업 연합이나 합병,사업 통합,제휴 강화 등 다이내믹한 경제활동이 가능해집니다. 이런 시각에서 교섭을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글로벌 기업도 유독 일본 소비시장에선 고전했습니다.
"한국의 대기업이 일본 소비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고,일부 철수한 것은 매우 유감입니다. 다만 일본의 소비시장은 일본 기업만으로도 경쟁이 치열해 비단 한국 기업만 고전한 게 아니란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미국의 제너럴모터스 등 자동차 빅3와 세계 1위 휴대폰 회사인 노키아도 일본 시장에선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한국이 최근 자주 제기하는 일본의 비관세장벽 때문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제품의 다양성이나 고기능을 요구하며 브랜드 로열티가 높은 일본 소비자들의 특성 때문입니다. 외국산 자동차 중에선 벤츠나 BMW,가방은 루이비통 에르메스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 제품이 일본에서 잘 팔리고 있다는 게 그 방증입니다. "
▼일본 내수시장에서의 성공조건은 무엇입니까.
"진로처럼 착실하게 이미지 광고를 계속하면서 브랜드를 일본 시장에 정착시켜 성공한 한국 기업도 있습니다. 일본 시장을 개척하려면 인내력과 시간을 갖고,서서히 브랜드를 시장에 침투시켜 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
▼중국은 한국과 일본 기업에 위기 요인입니까, 아니면 기회입니까.
"중국은 앞으로도 5~10년간 연 평균 8% 안팎의 경제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봅니다. 이에 따른 소득 증가로 소비시장은 계속 커질 겁니다. 한국과 일본 기업 입장에선 이웃에 거대한 시장이 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환영할 만합니다. 한국과 일본이 중국을 필요 이상으로 경쟁자로 의식할 필요는 없습니다. 생산기지 또는 거대한 소비 시장이란 인식을 갖고 국제분업을 한층 강화해야 합니다. "
▼한국에서 인상적인 기업과 경영자가 있다면 소개해주십시오.
"나와 한국을 연결시켜 준 접점은 25년 전 철강 플랜트 비즈니스였습니다. 당시 한국의 고객은 포스코였지요. 포스코의 경영자와 사원들이 정말 대단한 열의와 파워를 갖고 일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 경험 때문에 한국과의 인연이 깊어졌고,올해 일 · 한경제협회 회장과 일 · 한산업기술협력재단 이사장을 맡게 됐습니다. 한국의 경영자 중에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을 존경합니다. 한 · 일경제협회 초대 회장(현재 명예회장)을 맡으셨고,한국 근대화에도 크게 기여한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명예회장 같은 분이 계셨기 때문에 지금의 포스코가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
대담 = 차병석 한국경제신문 도쿄 특파원
아베 준이치 요미우리신문 편집위원
사사키 미키오 상담역은
사사키 미키오 미쓰비시상사 상담역(72)은 일본 재계를 대표하는 경영자 중 한 명이다. 재계단체인 게이단렌 부회장,일본무역회 명예고문, 국제상업회의소 일본위원회 회장 등을 맡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일 · 한경제협회 회장과 일 · 한산업기술협력재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와세다대 공학부를 졸업한 뒤 입사한 미쓰비시상사에서 1985년 중기(重機)부장을 맡아 포스코에 철강설비를 수출하는 거래를 했다. 미국지사장 등을 거쳐 1998년부터 사장과 회장을 6년씩 역임한 뒤 지난 6월 이사 상담역으로 옮겼다.
◆약력
▷1937년생 ▷와세다대 공학부 졸업 ▷1960년 미쓰비시상사 입사 ▷이란 지사장(1979년) 중기부장(1985년) 미국 지사장(1993년) 대표이사 사장(1998년) 회장(200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