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과 요미우리신문이 공동 실시한 '한 · 일 기업인 200명 설문조사'에선 두 나라의 발전을 위해 '더욱 긴밀한 경제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그러나 상대국 경제나 기업에 대한 평가,구체적인 협력 방안에 대해선 미묘한 시각 차이도 드러냈다.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한 · 일 경제 교류의 평가에 대해선 한국 기업인과 일본 기업인의 각각 92%가 '좋았다'고 답했다. 대부분의 기업인이 지금까지 양국 경제관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한국의 경제 성장에 일본과의 경제 교류가 기여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한국 기업인의 52%가 '많은 도움이 됐다',46%는 '조금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98%의 기업인이 '도움이 됐다'고 본 셈이다.

일본의 경제 성장에 한국과의 경제 교류가 기여했느냐는 질문엔 일본 기업인의 42%가 '많은 도움이 됐다', 50%가 '조금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일본 기업인의 92%도 한국과의 교류가 일본 경제에 도움이 됐다고 판단한다는 얘기다.
[한경·요미우리 공동 韓·日 기업인 설문] "한국 경제 미래, 日보다 훨씬 밝다…中기업은 이미 라이벌"
◆양국 경제전망 온도차 뚜렷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경제 전망과 관련,양국 기업인들은 일본 경제보다 한국 경제를 더욱 밝게 봤다. 한국 경제의 전반적 전망에 대해 한국 기업인은 '매우 밝다'(3%)와 '밝다'(78%)를 포함해 81%가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일본 기업인도 '매우 밝다'(1%)를 포함해 50%의 기업이 '밝다'고 대답했다. 요컨대 양국 기업의 66%가 한국 경제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일본 경제 전망에 대해선 '밝다'는 응답이 일본 15%,한국 25%에 그쳤다. 두 나라 기업인의 20%만이 일본 경제를 밝게 보고 있는 셈이다. 일본 경제 전망이 '보통'이라고 답한 기업인은 일본에서 65%,한국에서 60%에 달했다. 일본 기업인의 20%, 한국 기업인의 13%는 일본 경제 전망이 '어둡다'고 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의 대표 기업들이 한때 일본 시장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철수한 원인에 대해 일본 기업인의 64%,한국 기업인의 54%는 '일본 제품 브랜드를 좋아하는 일본인의 성향을 뒤집기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두 번째는 '마케팅이 어렵다'(일본 14%,한국 13%)는 점을 꼽았다.

일본 제품이 한국 시장에서 충분한 시장점유율을 차지하지 못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한국 기업인이 '한국 제품 브랜드를 좋아하는 한국인의 성향을 뒤집기 어렵다'(25%)와 '마케팅이 어렵다'(22%)는 점을 주로 꼽았다. 이에 비해 일본에선 '마케팅이 어렵다'(39%)는 응답이 '한국 제품 브랜드를 좋아하는 한국인의 성향을 뒤집기 어렵다'(15%)는 대답보다 많았다.

◆경제교류 확대 日 기업인들이 더 적극

'한국과 일본의 경제교류는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는 한국 기업인의 93%,일본 기업인의 87%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에선 '매우 확대될 것이다'가 19%,'다소 확대될 것이다'가 74%였다. 그러나 일본에선 '매우 확대될 것이다'가 50%,'다소 확대될 것이다'가 37%로 집계됐다. 한국 기업인에 비해 일본 기업인들이 한 · 일 경제교류 확대에 대해 더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양국 간 경제교류가 축소될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양국 기업인 중 한 명도 없었다.

한국이 일본에 대해 연간 300억달러에 달하는 무역적자를 내는 역조현상에 대해서도 약간의 시각 차이를 보였다. 한국 기업인 중에선 대일적자의 원인으로 '한국의 부품 · 소재산업의 취약성'을 꼽은 응답이 69%로 가장 많았다. '일본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경쟁력이 낮기 때문'이란 대답은 17%였다. 이에 비해 일본 기업인 중 '한국의 부품 · 소재산업 취약성'과 '일본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낮은 경쟁력'을 꼽은 응답은 각각 36%와 30%로 나왔다. 한국 기업인이 부품 · 소재 수입을 핵심 요인으로 꼽은 데 비해 일본 기업인들은 한국 수출품의 낮은 경쟁력도 주요 원인으로 지적한 것이다.

한 · 일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될 경우 경영에 어떤 영향이 있느냐는 질문(2개까지 복수 응답)에 한국 기업인은 판로 확대(50%)를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은 국제경쟁력 강화(43%) 투자 가속화(22%) 인재교류 확대(19%) 등이었다. 일본 기업인은 판로확대(26%) 국제경쟁력 강화(26%) 인재교류 확대(23%) 투자가속화(16%) 등의 순으로 답했다.

◆위안화 절상 기대 한국이 더 커

중국 경제에 대해선 한국과 일본 기업인 모두 '거대 소비시장'이란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경제의 이미지를 묻는 질문(2개까지 복수 응답)에 한국 기업인의 87%,일본 기업인의 90%가 '급성장하는 거대 소비시장'이라고 답했다. '세계의 공장'이란 대답은 한국에서 49%가 나온 반면 일본에선 11%밖에 나오지 않았다. 한국 기업인이 일본 기업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국을 생산기지로 보는 경향이 여전히 강한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 기업인 중에선 '기업 경쟁력이 강해지고 있다'(25%) '규제가 많다'(15%)는 응답이,일본에서는 '기업 경쟁력이 강해지고 있다'(40%) '지식재산권 의식이 낮다'(18%)는 지적이 많았다.

중국의 위안화 절상이 경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한국 기업인의 46%가 '긍정적 영향이 있다'고 답한 반면 일본 기업인은 18%만이 '긍정적'이라고 응답했다. '별 영향이 없다'는 대답은 한국 기업에서 30%,일본 기업에서 68%가 나왔다. 한국 기업이 일본 기업에 비해 위안화 절상에 기대가 더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중국 기업이 자기 회사의 라이벌이 되는 시기에 대해 한국 기업인의 25%,일본 기업인의 33%는 '이미 라이벌이 돼 있다'고 대답했다. '3년 내 라이벌이 될 것'이란 응답은 한국 24%,일본 16%였다. '5년 이내'라고 한 기업은 한국에서 33%,일본에서 19%였다. 한국 기업인의 82%,일본 기업인의 68%는 '중국 기업이 이미 라이벌이 됐거나, 늦어도 5년 안에는 라이벌이 돼 경쟁할 것'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