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자산운용사 미래에셋자산운용(이하 미래에셋)이 고난의 시기를 맞고 있다. 2~3년전 하루동안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 이상 몰렸던 미래에셋 펀드에 최근에는 하루 수백억원에서 1000억원 이상씩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미래에셋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22조5995억원으로, 지난해말보다 5조9292억원 가량 감소했다. 2009년 3월초 설정액이 34조원에 달했을 당시 보다는 무려 11조4000여억원이나 급감한 것이다.

코스피 지수가 1700선을 재돌파한 지난 4월 1조8833억원에 달했던 미래에셋측의 펀드 환매 물량은 5월 유럽발 재정위기 부각으로 코스피 지수가 급락하면서 457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의 실적 호조세에 코스피 지수가 재상승하면서 6월과 7월 환매물량은 각각 1조566억원과 1조4607억원으로 확대됐다.

미래에셋은 이같이 펀드 환매가 지속되자 최근 주력종목들을 잇따라 처분하고 있다.

미래에셋이 전날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지분변동보고서를 보면 미래에셋은 현대차 보유주식을 기존 1305만4486주(5.93%)에서 1088만7395주(4.94%)로 낮췄다.

보유지분을 5% 이하로 낮춰 공시할 의무가 없는 상태여서 추가 매도여부는 알 수 없지만 환매가 늘어나기 시작한 6월말부터 매도세가 지속됐고 펀드환매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로 처분했을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기도 마찬가지다. 미래에셋은 최근들어 삼성전기 주식 매도세를 확대해 보유지분을 기존 7.20%에서 4.91%로 줄였다. 이외에 서울반도체(12.40→10.13%), CJ오쇼핑(11.45→10.18%), 제일모직(10.61→9.56%), 대한항공(9.90→8.48%), 금호전기(5.79→4.72%) 등도 처분했다.

미래에셋은 펀드 환매로 현금이 부족해지자 수익이 난 종목들은 줄이는 대신 일부 종목으로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LS 지분을 8.88%에서 9.82%로, LS산전 지분을 6.82%에서 8.07%로 확대했다. SK케미칼도 12.29%에서 13.94%로 늘렸다.

한 운용사 매니저는 "과거 쏠림현상을 주도했던 미래에셋이 최근 자문형랩 등 다른 쪽으로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주가가 오르고 있는데 펀드 환매로 운용사들이 주식을 팔 수 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