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정부가 6년간의 의 · 치의학 전문대학원 시행 실험에 종지부를 찍었다. 현재 52개 대학이 의 · 치과대학(17),의 · 치의학전문대학원(22),한 대학내 병행 체제(13) 등 세 가지로 섞여있는데,이 가운데에서 대학 체제나 전문대학원 체제 하나를 자율로 결정하라는 것이다. 의 · 치의학전문대학원은 1995년 교육개혁위원회가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을 의사로 양성하고 입시과열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1차 교육개혁방안을 통해 제도 신설의 필요성을 제기한 뒤 2002년 1월 도입 일정이 발표됐다. 이에 따라 2005년 첫 신입생을 뽑아 2009년 첫 졸업생을 배출한 뒤 이 제도의 효과를 점검하기로 했던 것이다. 원래 작년에 평가 결과가 나와야 했지만 일정이 연기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소위원회의 논의를 바탕으로 지난 7월1일 대학이 자율적으로 두 교육체제 중 하나를 택하라는 내용의 정책을 발표했다. 일본 독일 프랑스는 6년제 대학 체제를,미국 캐나다는 전문대학원 체제를 갖고 있으며 영국 호주는 대학과 전문대학원 체제가 공존한다.

짧은 기간 동안 시행된 제도에 대한 평가가 시기상조이긴 하지만 전문대학원 체제는 의사고시 합격률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교육기간 및 교육비 증가를 비롯해 기초의학 기피현상 심화,군의관과 공중보건의 부족 등의 문제점을 낳았다. 무엇보다 탈이공계 현상을 부추겨 이공계 교수의 70%가량이 부정적으로 보고 있으며,다양한 전공을 의학에 이용하려던 본래 목적과는 달리 졸업연령이 늦춰짐에 따라 봉직의보다는 개원의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이로 인해 학문 후속세대 양성이라는 당초 목표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교과부는 10월12일까지 대학 자율로 학제를 결정하는 '의 · 치의학 교육학제 운영계획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병행대학은 한 제도를 선택하면 되고 2015년부터 전환할 수 있다. 전문대학원이 대학 체제로 전환한다면 2017년부터 가능한데 전환 2년 전부터 예과생을 선발하게 된다.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후속조치 마련이다. 수험생의 혼란과 충격을 최소화하는 게 급선무다. 일단 대학 체제가 전문대학원 체제로 전환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전문대학원이 대학 체제로 전환하는 경우가 큰 문제다. 물론 교과부는 전문대학원의 대학 체제 전환을 2017년부터로 잡고 현재 고교 2년생이 전문대학원에 입학하는 2016년까지 현 제도를 유지해 불이익이 없도록 했다. 그 뒤로도 4년간 정원의 30% 학사편입을 허용한 이후에는 자율로 하게 돼있어 최소 10년간의 유예 기간이 있는 셈이다.

대학 입장에서 현실적인 고민은 예과생을 뽑는 체제가 되려면 학생 정원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 2003년부터 예과생을 뽑지 않게 된 만큼 현재까지 예과생 정원을 그대로 놔둔 대학이 있을리 만무하다. 대학에 따라 예과생 정원을 교과부에 반납한 경우도 있고 그 정원으로 새로운 학부를 만들기로 한 곳도 있다. 이와 관련,교과부는 각 대학이 알아서 해결하라고 주문할 뿐이다.

그렇지만 이번 학제 정책은 15년간 고민의 탄생물인 만큼 교과부는 연착륙을 위한 방안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 10월12일까지는 각 대학이 체제 결정만 하도록 하고 정원 문제를 결정하는 데에는 상당한 여유를 주어야 할 것이다. 특히 그동안 예과생 정원을 다른 학부에 쓴 대학의 경우 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

교육체제에 관계없이 복합학위제도(MD/DDS-Ph.D)는 유지하는 것이 기존 학생과 학문 후속세대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오래 전에 걸린 지병은 낫는데에도 오래 걸리게 마련이다. 대학 스스로 지병을 치료할 수 있는 토대는 마련됐다. 이제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검토해야 할 때다.

정필훈 < 서울대 치과대학장ㆍ한국치과대학장ㆍ치의학전문대학원장협의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