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3조5288억원,영업손실 6860억원,부채 10조7206억원,연간 이자비용 3872억원. 국토해양부 산하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작년 성적표다.

KTX 새마을호 등을 운영하는 코레일은 철도역과 인근 지역을 개발하는 사업도 한다.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는 용산역세권 개발사업도 그 중 하나다. 하지만 이 사업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차질을 빚고 있다. 자칫 잘못된다면 가뜩이나 사정이 어려운 코레일의 손실폭을 더욱 키울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부는 '역세권 개발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 시행규칙 제정안'을 마련,3일 입법예고에 들어갔다. 지난 4월15일 공포한 법의 세부내용을 담았다.

제정안의 핵심은 역세권 개발 사업의 수익성을 제고하겠다는 것.예컨대 용적률과 건폐율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보다 최대 50%를 높일 수 있다. 땅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기위한 채권 발행도 가능하다. 도로 통신 등 기반시설을 갖추는 데 필요한 자금과 이주대책사업비를 국가가 보조하거나 융자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혜택을 받으려면 역세권 개발구역 지정이 선행돼야 한다. 면적이 30만㎡ 이상이면 지자체장과 상의 없이 국토부 장관이 직접 지정할 수 있다. 56만8000㎡ 면적의 용산역세권과 같은 사업은 서울시 동의 없이 국토부가 마음만 먹으면 추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 시장에선 이 법이 등장한 배경과 시기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공교롭게도 공기업들의 부채가 문제가 되고,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는 시기에 법 시행의 혜택을 볼 기관(코레일)의 상급 부처(국토부)가 내놓았다는 점에서다. "역세권 개발 관련 법은 도시 개발과 관련된 사항인데도 도시재생과나 도시정책과가 아닌 코레일과 관계가 많은 철도정책과가 법 제정을 주도한 만큼 부채가 많은 코레일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았겠느냐"(한 지자체 공무원)는 지적도 나온다.

코레일은 이 법률이 시행되면 전국 24개역과 인근 지역이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토부의 입법과정을 보고 있자니 '배나무 아래선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梨下不定冠)'는 옛말이 떠오른다.

김재후 기자 건설부동산부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