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지도부 총사퇴와 비상대책위 구성을 계기로 차기 전당대회 준비 모드에 돌입했다. 정세균 전 대표와 정동영 손학규 상임고문의 '빅3대결'이 초미의 관심사다. 비주류를 등에 업고 강력한 쇄신을 내세운 천정배 박주선 의원과 뉴민주당플랜을 만든 김효석 의원도 출마를 준비 중이다.

당 대표직을 내려놓은 정 전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조직을 다져와 현재 대의원선거 방식대로라면 가장 유리하다는 평이다. 열린우리당 출신의 친노(친 노무현),486 인사 등 정 전 대표의 측근이 전체 대의원(1만여명)의 20%가량을 차지하는 데다 그간 여러 차례의 선거를 통해 전국을 다니면서 당내 지지세를 확충했기 때문이다. 그는 3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번 재 · 보궐선거의 어려움을 닷새 만에 수습할 정도의 기초체력을 갖춘 정당으로 발돋움했다는 점에서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며 "국민과 당원에게 희망을 만들어가는 민주당으로 거듭나는 데 저도 함께하고자 한다"고 사실상 출마 의사를 밝혔다. 정 전 대표는 당분간 휴식을 취하면서 전대 출마를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춘천에 칩거해온 손학규 고문은 최근 출마의사를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지만 대의원 상대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하는 등 지지세가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 의원은 "정세균 전 대표와 지지기반이 겹치긴 하지만 지금 시기를 놓치면 안된다"며 "조직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라도 출마하라고 권유하고 있고 본인도 시기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2007년 대선 주자였던 정동영 의원도 조직 기반을 다지는 등 출마 채비를 갖추고 있다. 대선후보 시절의 전국 조직망을 복원하는 동시에 최근 당의 새 노선으로 제시한 '담대한 진보' 논의를 더 활발히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정 의원 측은 "여러 의원들과 다각도로 만나면서 의견을 구하고 있다"며 "전대 출마뿐 아니라 앞으로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정책 등을 준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당의 쇄신과 개혁을 주장하는 천정배 박주선 의원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쇄신연대 등 비주류의 지원을 받고 있는 천 의원은 열린우리당 때 개혁 소장파 모임인 민생모 출신으로,전당원투표제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박 의원은 구민주계의 대표주자로서 정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하는 등 각을 세워왔다. 특히 광주 전남에서 박 의원의 기반이 탄탄하다는 분석이다.

뉴민주당플랜을 만드는 데 앞장서 온 김효석 의원도 최근 캠프 사무실을 여는 등 본격적인 레이스 준비에 나섰다. 이달 안에 출판기념회를 열고 기반 확충에 나선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