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다소 엇갈리는 경기지표들이 최근 나타나고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부와 한국은행뿐만 아니라 민간 경제연구소들도 국내 경제가 하반기부터 성장세가 다소 둔화되겠지만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차 하강)에 빠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진단하고 있다.

◆일부 우려스런 지표 나와

HSBC가 자체 산출하는 한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달 53.2를 기록,3개월 연속 하락했다. PMI는 4월 57.1에서 5월 54.6,6월 53.3으로 하락한 데 이어 또다시 떨어져 올 들어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 PMI는 400개 이상의 기업 구매담당 임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것으로,이 지수가 떨어졌다는 것은 기업의 신규 주문이 감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선행지수도 6개월째 하락세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는 6월 7.0%로 6개월 연속 하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한국 경기선행지수(CLI) 역시 5월 103.4로 전달에 비해 0.4포인트 낮아졌다. 이 지수는 지난해 11월 105.1로 정점을 찍고 하락하는 추세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제조업의 7월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7개월 만에 하락세로 반전했다.

◆경기 호조로 물가불안 우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상반기 경제활동이 워낙 왕성했던 탓에 최근 일부 지표 악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내용을 뜯어보면 그다지 나쁜 것도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HSBC의 PMI가 하락했다고는 하지만 기준선인 50을 여전히 웃돌고 있다. 제조업의 7월 업황 BSI 역시 103으로 기준선 100을 상회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특히 "제조업 BSI는 2000년대 들어 90을 넘은 적이 많지 않았다"며 "현재 제조업체의 체감지수는 외환위기 이후 최고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장 가동률은 83.9%로 2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상반기 7.6%의 성장에 이어 하반기 4.5%,내년 4.5%의 성장을 점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하반기 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에 대해 '둔화'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한은은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4% 안팎이란 점을 감안했을 때 하반기 이후 성장률도 '견조'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명기 한은 통계국장은 "국내 경제가 정상 수준 회복에서 더 나아가 어쩌면 확장국면에 진입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하반기 경제상황에 대한 판단은 한은과 차이가 있지만 우리 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데 동의한다"고 설명했다.

경제상황이 호조를 나타내다 보니 물가상승마저 걱정되고 있다. 최근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2.7% 수준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왔지만 4분기로 접어들면 관리 목표치인 3%를 넘어설 수 있다고 한은은 보고 있다.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 이어져

한국이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의 회복력을 보이면서 외국 기관과 투자자들의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무디스는 최근 한국 국가 신용등급 범위를 2단계 상향조정했다. 향후 신용등급을 한꺼번에 2단계까지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을 매일 사들이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1790을 회복한 3일도 외국인은 2600억원어치의 한국 주식을 매입했다. 올 들어 최근까지 외국인의 한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8조6000억원을 웃돈다.

채권시장도 마찬가지 양상이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지난달 9일에도 외국인은 연일 3000억원 가까운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