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사히맥주가 자회사인 한국의 해태음료를 매각키로 결정했다. 이로써 국내 음료시장 3위인 해태음료는 10년 만에 다시 매물로 나왔다.

아사히맥주는 대신 국내 음료 부문에서 롯데그룹과 손잡을 예정이다. 이와 관련,니혼게이자이신문은 3일 아사히맥주가 지분 58%를 갖고 있는 해태음료를 매각하고 롯데그룹과 제휴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고 전했다. 국내에서 주류 사업을 함께 펼치고 있는 롯데와 아사히맥주 간 제휴가 확대될 경우 음료뿐만 아니라 롯데의 숙원 사업인 자체 맥주 제조사업 진출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해태음료 왜 파나

최대 주주 아사히맥주가 해태음료를 매각키로 한 것은 해태음료의 실적 부진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히맥주가 해태음료의 주주로 첫 참여한 것은 10년 전인 2000년.히카리인쇄 등 일본 자본이 중심이 된 컨소시엄이 해태음료를 인수할 때 지분 20%를 확보했다. 히카리인쇄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 2004년 해태음료에 대한 지분율이 58%로 높아졌다.

하지만 해태음료는 이듬해인 2005년부터 연속 적자의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2005년 매출 3184억원에 161억원의 적자로 전환된 뒤 2006년엔 매출 3086억원에 순손실 253억원,2007년엔 매출 3069억원에 순손실 228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2008년 매출이 2884억원으로 3000억원 아래로 내려가면서 적자폭이 480억원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매출은 2600억원으로 더 줄어들었으며 손손실도 429억원이나 됐다. 이런 매출 감소로 2000년대 중반까지 10%를 넘었던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7%대로 떨어졌다.


◆새 주인 누가되나'촉각'

해태음료는 아사히맥주의 매각 결정 보도에 대해 "최근 통보받았다"고 3일 확인했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 경영진이 인수 가능한 국내 업체들을 물색 중"이라고 밝혔다. 먼저 음료시장 1위 업체인 롯데칠성음료의 인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해태음료 2대 주주인 롯데호텔(지분율 19%) 계열사인 데다 2000년 해태음료 첫 매각 때도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코카콜라음료 모기업인 LG생활건강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해태음료를 인수할 경우 음료시장 점유율이 24%에 달해 롯데칠성음료와 양강 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다. 연간 매출규모가 1600억~1700억원대인 동아오츠카와 웅진식품은 해태음료의 연간 적자폭이 400억원을 넘는 등 누적 적자를 감당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롯데 · 아사히맥주 제휴 확대

아사히맥주가 롯데그룹 실명을 거론하며 음료부분에서 제휴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두 회사 간 조율이 사전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아사히맥주의 이날 발표처럼 두 회사 간 제휴가 확대된다면 음료뿐만 아니라 롯데가 사업확장을 추진 중인 주류 부분에서도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예상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이미 롯데칠성음료를 통해 아사히맥주와 공동 사업을 펼치고 있다. 두 회사는 2004년 롯데아사히주류를 공동으로 설립,아사히맥주를 국내에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가 85%의 지분을 갖고 있는 이 회사는 지난해 700여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1889년 창립한 아사히맥주는 주류 음료 식품 약품 등을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은 1조4724억엔에 달했다. 주요 자회사로는 아사히음료, 아사히푸드앤드헬스케어 등이 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