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기업공시국이 상장사의 횡령 · 배임 혐의를 잡아내는 '노하우'는 투자자들이 참고할 만하다. 특별한 기술이 있다기보다는 감사보고서 증권신고서 등 공개된 자료를 꼼꼼히 살펴 횡령 · 배임 관련 내용을 포착해 낸다.

금감원 관계자는 3일 "투자자 보호를 위해 횡령 · 배임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따로 걸러내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다"며 "최근 검찰이 적발한 30여개 기업 중 상당수도 먼저 공시를 통해 횡령 사실을 간파한 경우"라고 밝혔다.

지난 4월 횡령 · 배임 혐의로 상장폐지되고 대표이사가 구속된 인삼제조업체 고제는 감사보고서에 이미 횡령 사실이 드러난 경우다. 작년 8월14일 제출한 반기보고서에서 담당 회계법인은 '감사인 의견' 항목을 통해 "횡령사건과 관련된 우발충당부채 107억원,불법행위미수금 387억원 등을 확인했다"며 "이후에 횡령사건에 대한 피해가 추가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명시했다.

자기자본의 2배가 넘는 716억원의 횡령이 발생한 지오엠씨도 거래정지 2개월 전인 작년 10월23일 증권신고서를 통해 횡령사실을 드러냈다. 금감원의 정정명령을 받아 수정한 증권신고서의 '별첨2' 항목에서 지오엠씨는 "최대주주의 개인 채무에 대한 채권자들의 상환압력을 못 견뎌 회사가 대신 갚았다"며 "해당 금액은 최대주주에 대한 대여금으로 전환됐으며 이는 증권거래법 위반사항"이라고 밝혔다.

대표이사의 횡령이 부도까지 이어진 의류업체 쌈지는 작년 11월27일부터 3주 동안 8건,70억원 규모의 위 · 변조 어음 발생 공시가 났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