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주는 하반기 업황이 둔화될 것이란 우려에도 불구하고 M&A(인수합병), 2차전지 모멘텀(상승 동력) 등 개별적인 이슈로 상승세를 지속해 왔다.

이 가운데 제품 가격이 일제히 반등하며 업황 둔화 우려마저 불식시키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이동평균선이 정배열되면서 추가 상승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화학제품 가격 반등에 증권업계 '환호'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주요 석유화학제품 가격은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섰다. 모노에틸렌글리콜(MEG)의 가격은 전주 대비 톤당 30달러 올랐고, 폴리염화비닐(PVC)의 가격도 50달러 상승했다.

재고소진 효과와 더불어 이란의 일부 화학설비와 대만 최대 석유화학업체인 포모사의 가동이 화재로 중단, 생산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백영찬 SK증권 연구원은 "대만 포모사의 경우 NCC(납사크래커)를 정기보수할 수 밖에 없는데 이달말 부터 10월까지 생산이 중단되는 에틸렌 규모는 약 100만톤에 달한다"며 "현재 호남석유의 에틸렌 생산능력이 175만톤임을 감안하면 이는 상당히 큰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석유화학제품 수급이 빠듯해질 것이란 기대가 커지며 2분기내내 맥을 못추던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반등세로 전환됐다는 얘기다.

국제유가가 저항선인 80달러를 뚫고 올라간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유가에 민감한 BTX(벤젠·톨루엔·크실렌) 등 화학제품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기대가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승연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그간 중동의 신증설 물량 때문에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불거졌지만 이에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MEG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중국의 자급률이 높은 PVC 가격도 상승해 중국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매 심리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화학소재 기업에 대한 매력이 재차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유화학株, 내년에도 좋다

증권업계에서는 석유화학 업계 호황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성수기에 진입하기 때문에 수요가 슬슬 늘어나기 시작할 것"이라며 "3~4분기에는 증설물량이 큰 폭으로 줄어들어 업황이 꾸준히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희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내년에는 화학업종내 신규공급이 뚜렷하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의 내수시장 확대와 서부대개발 등 인프라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로 영업실적이 호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경쟁력도 강화돼 그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이란 분석이다.

차홍선 한화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판매량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설비 투자를 해왔다"며 "이에 따라 제조원가가 떨어지며 영업이익률이 증가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미국이나 서유럽의 석유화학 업체들은 투자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수요가 없다고 차 연구원은 설명했다. 결국 영업익률이 떨어져 공장이 문을 닫게 되는 상황까지 치달을 경우 공급 부족현상이 심화되면서 국내석유화학 업체들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밖에 화학주의 상승추세는 기술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정환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차티스트는 "화학업종 지수의 이동평균선이 정배열돼 있어 앞으로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추격매수가 부담스럽다면 화학업종 지수가 20일선이나 5일선에 근접했을 경우 조정을 이용해 매수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