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통업계의 최대 이슈는 초대형 복합쇼핑몰인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와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의 개장이었다. 국내에서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큰 매장 규모와 편리하고 널찍한 동선 등을 갖춘 매머드급 복합쇼핑몰의 등장은 업계와 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몰 구조나 상품 구색,편의시설 등에서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복합몰에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이들 복합몰은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며 한 곳에서 쇼핑뿐만 아니라 외식 여가 등을 모두 즐기는 '몰링(malling)' 붐을 확산시키고 있다. 지난 6월 정식 출범한 서울 장지동 가든파이브의 성공적인 안착 여부도 유통업계 초미의 관심사다. 부지나 연면적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지만 2008년 말 완공 이후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낼 만한 매장이나 콘텐츠가 부족해 개장이 미뤄져왔다. 그러나 이랜드의 '엔씨백화점' 개점을 계기로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3월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케이블TV채널인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일본 홍콩 대만 중국 등 아시아 전역에 '지상 최대의 백화점'이란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세계 최대 백화점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가 주인공이었다.

신세계 센텀시티가 지난해 3월 문을 연 이후 경신한 기록은 한두 개가 아니다. 개점 이후 1년간 방문한 고객 수는 전 국민의 30%가 넘는 1600만명,1년간 매출은 5460억원을 기록해 그동안 전국 백화점 점포들의 개점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는 신세계 센텀시티만이 가진 특별함에서 비롯된다. 센텀시티는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구찌 프라다 까르띠에 티파니 등 7개 명품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갖췄다. 플래그십 스토어란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매장으로 브랜드 내 모든 상품라인을 보유한 특별한 매장이다.

또 미국 뉴욕의 나이키타운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나이키 메가숍'을 비롯해 갭 폴로 애플 노스페이스 아르마니 등 글로벌 브랜드의 메가숍(대형 매장)도 들여왔다. 이 같은 60여개 글로벌 명품 브랜드숍은 원정 고객뿐만 아니라 외국인 매출 증가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년간 명품 매출은 1350억원으로 전체 매출 대비 23%에 달하며 외국인 매출 비중은 10%대에 이른다.

국내 최대인 식품관(1만6100㎡)은 디저트숍 페이이야드,웨스틴조선호텔의 베키아앤누보,웰빙 베이커리 카페 오봉팽 등을 부산지역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또 스파랜드와 골프레인지,CGV영화관,아이스링크,트리니티 스포츠 클럽,교보문고 등 6대 부대시설을 통해 '체류형 쇼핑공간'이란 새로운 컨셉트를 부산지역에 소개했다.

이 때문에 1년 만에 부산지역의 명소로 떠오르면서 시민들의 쇼핑문화 등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센텀시티 지하철역의 일평균 승차객 수는 전년 대비 72% 증가하며 부산 지하철 90여개 역사 중 최고 신장률을 보였다. 또 해운대는 부산의 강남으로 자리매김하며 아파트 전세가격이 1년 새 30% 상승하기도 했다.

신세계 센텀시티는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동북아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세계 최대 백화점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이후 외국 언론 취재가 이어지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대표적 쇼핑 관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미국 로열캐리비언,코스타 등 세계적인 크루즈 업체들이 최근 부산을 모항(homeport)으로 운항에 들어함에 따라 연간 15만명에 달하는 크루즈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계획대로 되면 현재 10%인 외국인 매출 비중은 2013년 20%대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