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가 유럽에 석유 수출 거점을 마련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있는 석유제품 저장 터미널인 ETT(Euro Tank Terminal)의 지분 10%를 인수했다. 인수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국내 정유사가 유럽에 저장 터미널을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TT는 세계 최대 원유 중개업체인 스위스 비톨의 계열사로,SK에너지는 이 터미널을 이용해 네덜란드를 비롯해 유럽 각국으로 석유 제품을 수출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SK에너지가 ETT 지분 인수로 유럽,아프리카 등으로 수출선을 다변화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가 낯선 유럽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비톨과 같은 대형 업체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단순히 트레이딩뿐 아니라 석유제품을 저장 · 공급할 수 있는 전략적인 거점을 확보함으로써 향후 SK에너지의 유럽 수출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에너지가 유럽 지역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주요 수출 시장인 동아시아 지역에 중국,중동 등으로부터 신규 증설 물량이 쏟아지며 경쟁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석유업체들의 유럽지역 수출은 모두 24억달러로 2008년 13억달러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대에서10% 수준으로 높아졌다.

석유 수출 방식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싱가포르 등의 각국 트레이더들에게 한꺼번에 물량을 넘기는 기존의 소극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해외 판매 전문업체와 제휴 등을 통해 가격 변화에 따라 수출 물량과 판매 지역을 탄력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유정준 SK에너지 R&MCIC 사장은 "지난해부터는 일본의 종합상사들과 만든 조인트벤처를 통해 1년 단위 계약을 맺은 뒤 싱가포르나 일본의 터미널을 이용하는 형태로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에너지뿐 아니라 에쓰오일,GS칼텍스 등 경쟁사들도 수출방식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수출 비중이 60%에 달하는 에쓰오일은 현지 밀착 경영으로 수출 지역을 미국,일본,호주 등에서 중남미,남아프리카공화국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