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떼법' 잠재운 LH의 재정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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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만 해도 보상금을 올려주지 않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개발을 막겠다더니 지금은 감정 가격대로 빨리 보상해 달라고 난리입니다. "
시범 보금자리주택지구인 경기도 하남 미사지구의 보상 업무를 맡고 있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보상담당자는 미사지구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지난 3일 찾은 하남 미사지구의 분위기는 1년 전과 완전히 달랐다. 미사지구 원주민들은 빨리 보상을 해달라고 아우성이었다. 3월 말로 예정됐던 미사지구 보상이 네 차례나 연기된 탓이다. 급기야 원주민들은 이날 분당신도시에 있는 LH 본사를 찾아 보상을 촉구했다. 이덕진 하남 미사지구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LH로부터 다음 주 중 반드시 보상공고를 내겠다는 확답을 들었다"며 "제발 약속대로만 보상 일정을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한숨지었다. 주민들은 또 지장물 조사를 빨리 해달라고 LH에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윤상구 사무총장은 "대책위에서 주민들을 설득해 지장물 조사에 응하도록 했지만 오히려 LH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작년 9월 보상을 위한 토지 및 지장물 조사가 시작됐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전혀 딴판이었다. 하남 미사지구 내 도로는 400개 이상의 개발 반대 현수막으로 뒤덮였다. 일부 원주민들은 건물 수목 등 지장물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서 조직적으로 보상작업을 방해했다.
1년 만에 태도가 돌변한 이유는 뭘까. 감정평가사인 K씨는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땅을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데다 LH의 보상가가 절대 낮은 게 아니기 때문"이라며 "전국 개발예정지구들이 개발대상에서 빠질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보상을 염두에 두고 대출을 내 미리 대토를 구입한 이들도 개발이 취소되면 큰 피해를 보게 된다. 미사지구에서 닭을 키우는 L씨는 "사업이 취소되는 게 아닌가 불안해하는 원주민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극심한 부동산 경기 침체와 재정적으로 파탄난 LH 상황이 토지 수용자들의 '떼법'을 잠재운 셈이다. LH 관계자는 "원주민 민원에 시달리지는 않게 됐지만 이익을 좇아 조변석개식으로 변하는 행태에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성선화 기자 건설부동산부 doo@hankyung.com
시범 보금자리주택지구인 경기도 하남 미사지구의 보상 업무를 맡고 있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보상담당자는 미사지구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지난 3일 찾은 하남 미사지구의 분위기는 1년 전과 완전히 달랐다. 미사지구 원주민들은 빨리 보상을 해달라고 아우성이었다. 3월 말로 예정됐던 미사지구 보상이 네 차례나 연기된 탓이다. 급기야 원주민들은 이날 분당신도시에 있는 LH 본사를 찾아 보상을 촉구했다. 이덕진 하남 미사지구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LH로부터 다음 주 중 반드시 보상공고를 내겠다는 확답을 들었다"며 "제발 약속대로만 보상 일정을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한숨지었다. 주민들은 또 지장물 조사를 빨리 해달라고 LH에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윤상구 사무총장은 "대책위에서 주민들을 설득해 지장물 조사에 응하도록 했지만 오히려 LH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작년 9월 보상을 위한 토지 및 지장물 조사가 시작됐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전혀 딴판이었다. 하남 미사지구 내 도로는 400개 이상의 개발 반대 현수막으로 뒤덮였다. 일부 원주민들은 건물 수목 등 지장물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서 조직적으로 보상작업을 방해했다.
1년 만에 태도가 돌변한 이유는 뭘까. 감정평가사인 K씨는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땅을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데다 LH의 보상가가 절대 낮은 게 아니기 때문"이라며 "전국 개발예정지구들이 개발대상에서 빠질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보상을 염두에 두고 대출을 내 미리 대토를 구입한 이들도 개발이 취소되면 큰 피해를 보게 된다. 미사지구에서 닭을 키우는 L씨는 "사업이 취소되는 게 아닌가 불안해하는 원주민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극심한 부동산 경기 침체와 재정적으로 파탄난 LH 상황이 토지 수용자들의 '떼법'을 잠재운 셈이다. LH 관계자는 "원주민 민원에 시달리지는 않게 됐지만 이익을 좇아 조변석개식으로 변하는 행태에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성선화 기자 건설부동산부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