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부펀드가 인도네시아의 자원과 인프라에서부터 미국의 부동산 펀드까지 인수 대상을 넓히며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일간 자카르타포스트는 4일 무스타파 아부바카르 국영기업부 장관의 말을 인용,중국투자공사(CIC)가 200억달러를 인도네시아 3개 국영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전력회사,항만운영사,석탄 생산기업이 대상이다.

CIC는 또 미국의 부동산 펀드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CIC는 하버드대 기금의 5~6개 부동산 펀드들을 5억달러에 인수하기 위해 접촉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CIC는 앞서 미국의 코너스톤부동산자문의 펀드에도 10억달러를 투자했다. WSJ는 CIC가 과거 일본이 미 부동산을 직접 매입했다가 현지에서 반일감정을 불러일으킨 것을 감안해 부동산 펀드를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하버드대 기금 등 미국의 기관투자가들은 부동산 보유를 줄이려는 입장인 데다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20년 만에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CIC와 이해가 맞아떨어진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특히 미국 부동산업계는 CIC 등 해외 자본의 투자 유치 차원에서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에 대한 세부담 감소를 위해 의회에 로비까지 하고 있다. 미 의회는 1980년대 초 외국인 투자를 억제하기 위해 외국인의 부동산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승인했다. CIC가 미국 부동산에 투자한 규모는 분명치 않지만 해외 부동산에 50억달러 정도를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WSJ는 전했다.

3324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CIC는 지난해부터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보유비중이 5% 수준으로 1년 전 70%에서 크게 줄어든 게 이를 보여준다. 특히 해외에 투자한 자산만 811억달러에 이른다. CIC는 지난해 해외 투자로 11%의 수익률을 올렸다. 1년 전 2.1% 손실을 낸 것과 대조된다. CIC는 해외 투자 중 주식에 가장 많은 36%를 투자하고 있다.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AIG 코카콜라 애플 등에 투자했다.

CIC는 공격적 행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인력 확충에도 적극 나섰다. 전체 임직원 수가 246명인 CIC는 지난해에만 100여명을 신규 채용했고 이어 오는 9일까지 전 세계 금융인재를 상대로 신청 접수를 받고 있다. 전체 직원 가운데 46%가 해외 근무 경력자들이고 외국인도 30명에 이를 만큼 다국적 인력풀을 구성하고 있다.

한편 대만도 싱가포르의 테마섹과 유사한 국부펀드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대만 정부는 자산 관리를 통해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투자회사나 위원회 형태의 기관 설립 방안을 올해 말까지 마련해주도록 전문가들에게 의뢰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