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을 말장난이라고 비아냥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 수준은 이미 높아졌다. '경영의 미래'를 읽으면 저자인 게리 하멜이 이제 기업의 성공 사례를 늘어놓고 그 공통분모를 뽑아 '이렇게 하면 성공할 것이다'는 식으로 컨설팅 장사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하나만 예를 들면 그는 이 책에서 지난 100년간 써먹은 경영이 과연 지금도 유효할 것이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래서 "이제 상품혁신 프로세스혁신 전략혁신 등을 넘어 경영 그 자체를 바꿔버리는 경영의 혁신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다. 경영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새로운 경영의 방법론을 설파하는 그의 시각은 경영철학자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경영이 경영자의 몫이라고 한다면 그에 비해 보통 직장인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 바로 '일(work)'이다. 하멜의 화두를 빌려 다시 문제를 제기하면 이렇게 물을 수 있다. "우리는 과연 지난 100년간 해오던 그 방식대로 앞으로도 일을 할 것인가?"

특히 아이폰 안드로이드폰 등 스마트폰이 놀라운 속도로 보급되고 있는 시점에서는 일 자체에 대해 심각히 고민하면 할수록 더 많은 기회도 생길 것으로 봐야 한다. 앞으로 사람들이 일하고 생활하는 방식이 어떤 식으로 바뀔 것인가를 고민할 때 사업 기회도 보이고 지금 하는 일도 제대로 반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일은 유연하기는커녕 점점 더 딱딱해졌다. 오히려 각종 시스템의 발달로 개인성과 측정이 중요해지면서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더욱 줄었다. 그 기본 설계는 아침에 모두 같이 출근하고 주말에는 다 같이 쉬고 여름에는 휴가를 가고 나이가 차면 정년을 맞는 과거의 방식 그대로다.

일이 있으면 휴일과 상관없이 며칠을 새우더라도 끝내버리고 일이 없으면 푹 쉬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지 않을까. 1주일에 3일만 근무하면서 나머지는 다른 일을 하는 2중 취업은 정말 나쁜 일일까. 상사와는 통신선상에만 있고 한 달 내내 만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일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일반 직장에도 대학사회처럼 7년에 한 번 정도 안식년을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성공한 벤처기업을 보면 창업 초기에는 휴일도 야근도 아무 문제없이 일 중심으로만 움직인다. 큰 기업들이 몇 달씩 걸려 할 일을 몇 주 만에 끝내는 집중력은 어쩌면 이런 유연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스마트하게 일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바꾸는 것을 스마트 경영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가장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스마트 경영이다.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업무를 재설계하는 것이다. 부서마다 개인마다 어떻게 일하고 싶은지를 물으면 된다. 스마트폰을 나눠주고 언제든 항상 연결돼 있으라고 강조하는 것으로 그쳐선 안 된다. 혹시 손에다 일에 방해되는 인터넷 쥐어주는 것 아니냐고 두려워하는 사장들까지 있는 게 현실이어서 하는 얘기다.

정부가 최근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스마트 워크 활성화 전략'은 이런 점에서 반가운 변화다. 첨단 ICT를 활용해 언제 어디서든 어떻게든 근무할 수 있게 만들어주겠다는 것이 골자인데 이런 변화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우리 회사가 일하는 방식은 과연 몇 년째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인가를 경영자들이 고민할 때 그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권영설 한경아카데미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