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선을 앞두고 코스피 지수 상승을 이끈 대형주가 다소 주춤하는 양상이다. 이러한 가운데 중소형주 실적 발표 시기가 도래하면서 이들 종목의 수익률 개선 가능성에 증권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코스피 지수가 숨고르기 장세를 나타내면서 대형주보다 중소형주들이 선방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오전 11시50분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 중형주(+0.23%)와 소형주(-0.08%) 지수 수익률이 대형주지수(-0.40%)를 웃돌고 있다. 코스닥 지수(-0.20%) 역시 코스피 지수(-0.31%) 대비 선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달 코스피 지수 강세를 주도한 것은 대형주들이었다. 증시 상승을 이끈 외국인과 연기금이 상대적으로 안정성 높은 대형주 중심으로 매집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한 달 간 대형주 지수는 3.97% 상승, 중형주(1.29%)와 소형주(2.61%)를 뚜렷하게 웃도는 성과를 거뒀다.

최근 이어진 펀드 환매도 중소형주 발목을 잡았다. 지수 상승기에 주식형 펀드 환매가 이어진 가운데 운용사들이 수익률 관리를 위해 중소형주와 코스닥 종목을 상대적으로 우선 내다 팔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이달 중소형주 실적 발표가 포진돼 있는 현 시점에서 중소형주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평가했다. 주요 대형주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면서 실적 모멘텀(상승요인)이 약화된 대형주보다 중소형주에 힘이 실릴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최근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부진했기 때문에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매력이 돋보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전방업체 호조를 바탕으로 한 IT(정보기술)과 자동차 설비·부품주들을 관심 종목군으로 꼽았다. 특히 자동차 부품주들의 경우 한국 완성차 업체들의 세계 시장점유율 확대 등에 힘입어 이후 실적 전망도 밝다는 관측이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최근 정부의 중소기업 활성화 대책 등을 고려하면 중소형주를 둘러싼 환경이 긍정적"이라며 "다만 펀드 환매 등을 고려하면 코스닥 시장 중소형주보다는 코스피 시장 중형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점차 위험자산 선호도가 개선되며 중소형주 투자심리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권양일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은 이후에도 위험자산 선호도가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임을 의미하고, 이는 중소형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중소형주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하락세로 인해 실적개선이 뚜렷한 기업들도 함께 약세를 보이고 있어 역발상적인 관점에서 오히려 좋은 저가 매수기회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현명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실적발표가 마무리됨에 따라 주도주 부재를 감안해야 하고, 이에 따라 단기적인 종목 대응은 가격논리를 바탕으로 한 우량주 내의 순환매에 초점을 둔 전략이 바람직하다"며 "전날 태양광 관련주 등 일부 테마와 뉴스 관련주의 강세도 이를 방증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시장 수급 요인을 고려해 여전히 대형주 중심의 투자가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대형주들이 주춤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수급의 주체 역할을 맡은 외국인과 연기금의 대형주 선호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중소형주로 매기가 확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