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예술의 근본은 獸性…이성만 너무 앞서가면 곤란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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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거일씨, 수필집 '수성의 옹호' 발간
소설가 · 시인 · 사회평론가로 경계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활동해온 복거일씨(사진)가 문학 에세이집 《수성(獸性)의 옹호》(문학과지성사 펴냄)를 펴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문학이 처한 현실을 바탕으로 문학의 본질과 미래,작가와 작품에 대한 생각들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풀어낸다.
복씨에 따르면 문학이란 사람들의 혼란스러운 경험들에서 질서를 찾아내 그런 질서들을 되도록 높은 차원의 지식들로 다듬는 작업이다. 문학은 부분적이고 분석적인 지식들을 종합해서 이야기라는 형태를 갖춘 전체지식으로 만들어낸다는 것.따라서 "문학의 본질은 '이야기'이며,문학의 핵심은 '이야기하기'"라고 그는 설명한다. 문학의 앞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들과 달리 그가 문학의 미래는 비관적이지 않다고 전망하는 이유다. 책 제목이 무슨 뜻인지 물었다.
"사람의 마음은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단일구조가 아니라 여러 모듈로 돼 있어요. 우리의 기본적인 욕망을 관장하는 원시적인 부분,즉 수성(獸性)과 사람을 사람으로 만드는 이성이나 인성이 대표적이죠.그런데 이성이 관장하는 과학 · 기술 · 학문이 너무 앞서가면 뒤떨어진 수성과 조화를 이루지 못해 문제가 생깁니다. 학문과 기술에선 인성이 큰 몫을 할 수밖에 없지만 예술은 사람 전체를 드러내므로 우리 성품 속에 있는 수성이 자연스럽게 부각되고 학문이나 기술보다 큰 목소리를 내지요. 예술이 지향하는 바는 수성과 인성을 조화시켜 되도록 높은 차원의 질서에 보다 가까이 가는 겁니다. "
복씨는 상업주의 문학,출판시장 자유화,컴퓨터와 인터넷 보급에 따른 글쓰기의 확산 등에 따른 '문학의 위기론'에 대해서도 낙관적 전망을 내놓는다. 문학은 원래 장삿속으로 시작됐으며 상업주의 문학으로 돈을 번 출판사들이 그 돈으로 좋은 작품을 내고 작가들을 먹여살리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출판시장 자유화는 당장에는 어려움을 줄지라도 우리 작가와 출판사들의 능력을 단숨에 끌어올려 혜택을 줄 것이므로 손해 볼 게 없다는 얘기다.
"다중지각 예술형식들이 융성하는 먼 미래에는 소설이 아마도 '박물관 예술'이 될 겁니다. 현재의 판소리처럼,소수의 애호가들이 즐기고 연구하지만 대중들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장르 말이죠.문학시장이 크고 활발했던 15년 전쯤 제가 예견했던 상황이 지금 현실이 됐어요. 소설이 점점 드라마와 영화에 시장을 내주고 소설가보다는 영화 · 드라마 작가들이 각광받을 것이라는 당시의 전망이 현실로 나타났잖아요. 과학 · 추리 · 스릴러 · 호러 등 대중소설만 흥하고 본격소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는 현실도 이와 무관하지 않고요. "
복씨는 "이 같은 현실을 외면하면 당사자에게도,문학에도,사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진단한다. 중요한 것은 예술 자체라는 것.그는 "서기 3000년기에도 예술은 융성할 것이며 소설을 비롯한 예술이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기'라는 사실은 그대로 남을 것"이라며 "이야기는 영원하다"고 강조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m@hankyung.com
복씨에 따르면 문학이란 사람들의 혼란스러운 경험들에서 질서를 찾아내 그런 질서들을 되도록 높은 차원의 지식들로 다듬는 작업이다. 문학은 부분적이고 분석적인 지식들을 종합해서 이야기라는 형태를 갖춘 전체지식으로 만들어낸다는 것.따라서 "문학의 본질은 '이야기'이며,문학의 핵심은 '이야기하기'"라고 그는 설명한다. 문학의 앞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들과 달리 그가 문학의 미래는 비관적이지 않다고 전망하는 이유다. 책 제목이 무슨 뜻인지 물었다.
"사람의 마음은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단일구조가 아니라 여러 모듈로 돼 있어요. 우리의 기본적인 욕망을 관장하는 원시적인 부분,즉 수성(獸性)과 사람을 사람으로 만드는 이성이나 인성이 대표적이죠.그런데 이성이 관장하는 과학 · 기술 · 학문이 너무 앞서가면 뒤떨어진 수성과 조화를 이루지 못해 문제가 생깁니다. 학문과 기술에선 인성이 큰 몫을 할 수밖에 없지만 예술은 사람 전체를 드러내므로 우리 성품 속에 있는 수성이 자연스럽게 부각되고 학문이나 기술보다 큰 목소리를 내지요. 예술이 지향하는 바는 수성과 인성을 조화시켜 되도록 높은 차원의 질서에 보다 가까이 가는 겁니다. "
복씨는 상업주의 문학,출판시장 자유화,컴퓨터와 인터넷 보급에 따른 글쓰기의 확산 등에 따른 '문학의 위기론'에 대해서도 낙관적 전망을 내놓는다. 문학은 원래 장삿속으로 시작됐으며 상업주의 문학으로 돈을 번 출판사들이 그 돈으로 좋은 작품을 내고 작가들을 먹여살리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출판시장 자유화는 당장에는 어려움을 줄지라도 우리 작가와 출판사들의 능력을 단숨에 끌어올려 혜택을 줄 것이므로 손해 볼 게 없다는 얘기다.
"다중지각 예술형식들이 융성하는 먼 미래에는 소설이 아마도 '박물관 예술'이 될 겁니다. 현재의 판소리처럼,소수의 애호가들이 즐기고 연구하지만 대중들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장르 말이죠.문학시장이 크고 활발했던 15년 전쯤 제가 예견했던 상황이 지금 현실이 됐어요. 소설이 점점 드라마와 영화에 시장을 내주고 소설가보다는 영화 · 드라마 작가들이 각광받을 것이라는 당시의 전망이 현실로 나타났잖아요. 과학 · 추리 · 스릴러 · 호러 등 대중소설만 흥하고 본격소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는 현실도 이와 무관하지 않고요. "
복씨는 "이 같은 현실을 외면하면 당사자에게도,문학에도,사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진단한다. 중요한 것은 예술 자체라는 것.그는 "서기 3000년기에도 예술은 융성할 것이며 소설을 비롯한 예술이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기'라는 사실은 그대로 남을 것"이라며 "이야기는 영원하다"고 강조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