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트 성패는 심리적 요인이 좌우"
김종덕은 144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최광수(50) 다음으로 나이가 많다. 그런데도 아들뻘 되는 선수들 못지않은 '관록 샷'을 뽐냈다. 김종덕은 한국과 일본 투어에서 흔치 않은 롱퍼터(길이 46인치)를 사용 중이다. 최경주가 최근 바꾼 퍼터(약 42인치)보다 조금 길지만 원리는 비슷하다.
"선수가 퍼터를 바꾸는 것은 '입스'(yips)가 왔다는 증거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짧은 퍼트가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이죠.롱퍼트는 헤드 무게로 스트로크할 수 있으므로 짧은 거리의 퍼트 때 유용합니다. 최경주를 이해합니다. "
김종덕이 롱퍼터를 쓴 지 7년이 됐다. 그도 당시 입스가 찾아와 궁여지책으로 롱퍼터를 찾은 것.2004니가타오픈 등 3승을 이 퍼터와 함께 거뒀다. 퍼트에 관한 한 어느 누구보다도 굴곡이 많았던 김종덕은 할 말이 많은 듯했다. "퍼트는 테크닉보다는 심리적 요인이 성패를 좌우합니다. 그런데 짧은 퍼트를 놓치다 보니 자신감이 없어졌지요. 수많은 갤러리가 지켜보고 한 타가 우승을 좌우하는 순간의 중압감 속에서는 어떤 선수라도 떨리게 마련입니다. 머리에서는 '이렇게' 치라고 하는데 손과 팔은 말을 듣지 않는 일이 다반사예요. 이 고비를 잘 넘기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입스에 걸려 고생하거나 퍼터(퍼트 자세)를 바꿔 탈출구를 찾게 됩니다. 최경주도 그런 상황이 아닌가 싶어요. 롱퍼터를 써서 효과를 볼 수 있다면 그렇게 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
김종덕은 1997년 기린오픈을 시작으로 JGTO에서 4승을 올렸다. JGTO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 가운데 최고참으로 어느새 내년에는 일본 시니어투어에서 활약할 나이가 됐다. 그런 만큼 누구보다 일본골프를 꿰뚫고 있다.
다음 달 해비치제주CC에서 열리는 한 · 일전에 대해 김종덕은 "골프 저변이나 대표선수 10명의 세계랭킹을 볼 때 일본이 조금 앞선다"고 진단했다.
한편 대회 첫 날 박재범은 7언더파 65타로 단독선두에 나섰다. 아마추어 국가대표 윤정호는 66타로 그 뒤를 이었고,배상문 김대섭 강경남 박상현 등 9명은 5언더파 67타로 공동 3위를 이뤘다. 김종덕은 이븐파 72타로 중위권에 머물렀다.
제주=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