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타타그룹 실적 탁월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 '가족경영의 역할이 여전히 남아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삼성,현대 · 기아자동차,SK,LG 등 한국의 '재벌'을 비롯 인도 멕시코 브라질 등 신흥국 오너 · 가족경영 기업들이 영미식 기업들과의 본격적인 경쟁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FT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은 소수의 오너 일가가 기업 전반을 지배하면서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국가적 위기를 초래했다는 비난에 시달렸지만 10여년이 지난 시점에서 보면 삼성,현대차 등은 여전히 건재할 뿐 아니라 빼어난 실적을 거두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뿐 아니라 인도에선 타타와 비를라그룹이,터키에선 코슈홀딩스와 사반치그룹이 오너경영 지휘하에 뛰어난 실적을 거둔 것으로 평가됐다. 멕시코 통신재벌 카를로스 슬림의 카르소그룹 역시 독자적인 가족경영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여기에 대만의 포모사플라스틱과 혼하이,브라질의 브라데코와 이타우사 등도 국내외 시장에서 맹활약하는 가족경영 기업으로 꼽혔다. 제프리 오언 런던정경대(LSE) 연구원은 "삼성이나 인도 타타의 경우를 보더라도 영미식 경영이 절대우위에 있다는 식의 통념은 항상 옳은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FT는 이처럼 가족경영 대기업 집단이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로 "오너 경영인들이 장기적인 비전하에 기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감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시장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기업환경이 불확실한 신흥시장에선 '믿을 수 있는'가족에게 계열사를 맡기는 것이 오히려 성장에 더 적합한 모델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다만 가족경영에선 창업주 다음세대에 무능한 경영인이 들어서는 소위 '카네기 효과'를 주의해야 한다고 FT는 지적했다. 또 최근 인도 릴라이언스 그룹의 형제간 분쟁 같은 가족간 상속다툼도 가족경영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복병으로 꼽혔다. 오언 연구원은 "현재 신흥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모든 가족경영 기업들이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처럼 계속해서 성공을 거두진 못하겠지만 상당수는 유능한 인재들을 흡수, 앞으로도 계속 존속하고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