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다.

지난 6월까지 달러당 90엔 초반을 기록하던 환율은 지난 4일 85.30엔까지 떨어지면서 최근 8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6일 오전 9시 47분 현재 일본환율시장에서 엔·달러는 85.8엔대를 전후하고 있어 86엔대 진입은 요원한 모습이다.

◆ 엔화 강세=미국 경제 부진

엔화 강세는 단기적으로 한국의 수출에 긍정적이다. 한국은 주요 수출 분야인 자동차, 정보기술(IT) 등에서 일본과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가치가 상승하면 일본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된다.

한국환율시장에서 100엔당 원은 지난 5월까지 종가를 기준으로 월평균 1200원대를 기록했지만 6월부터 1300원대로 올라선 상태다.

원·달러와 엔·달러 변화율을 살펴보면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최근 달러 대비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원·달러는 현재 1166.8원대로 3개월전보다 2.23% 올랐다. 반면 엔·달러는 8.25% 하락했다. 미국 소비자 입장에서 본다면 한국제품은 싸진 반면 일본 제품 가격은 급등한 셈이다.

일본 정부도 이런 점을 의식하고 있다.

나오시마마사유키 일본 경제산업장관은 지난 5일 참의원(상원)예산위원회에서 "현재 일본의 경쟁상대는 한국과 중국 기업"이라며 "일본 기업만이 큰 환율리스크에 직면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엔화 강세 요인을 살펴보면 한국 경제에 마냥 좋을 수만은 없다. 이러한 엔화 강세는 미국 경제의 부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돼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경기가 전체적으로 침체되면 중국 등 세계 경제 회복을 이끄는 신흥국들 역시 성장세가 늦춰질 우려가 있다.

박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올 2분기 GDP성장률 등 각종 경기지표의 부진으로 디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미국 정부가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추가적인 양적완화 조치를 취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달러약세, 엔화강세가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시장은 오는 10일(현지시각)에 열리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모기지 채권 매입 재개 등의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엔화가 여전히 안전자산으로 취급되는 측면도 있다.

허재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선진국 중에서 미국과 유럽 등은 경상수지 적자국이지만 일본은 유일한 흑자국"이라며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예상보다 느린 것으로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엔화를 매수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 엔高의 끝은…당분간 강세 지속

그렇다면 엔화는 어디까지 오를까. 일본정부가 환율시장 개입의지를 표시하고 있지만 당분간 엔화강세가 지속돼 시장은 달러당 80엔~85엔을 추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메이와증권의 야노마사요시 연구원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정치 공백 속에서 달러약세, 엔화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정부는 2004년 4월 이후 환율시장에 개입한 적이 없는데다 여당인 민주당은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대패해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기가 쉽지 않다.

이인구 대우증권 연구원도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개입은 어렵고 이번달 통화정책회의에서 양적완화방안에 대해 논의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위해 통화가치를 경쟁력으로 낮추면 국제공조가 어려워지는 문제점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난해 12월에 엔화가치가 급격히 하락했을 때에도 일본 중앙은행이 개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기대로 끝났다고 전했다.

다만 박상헌 연구원은 "일본정부의 힘이 약하다고 해도 일본 기업의 요구가 거세 엔화 강세를 방치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정부개입으로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기는 힘들겠지만 하방경직성을 단단하게 한다는 의의는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