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경쟁률이 11 대 1 밖에 안되다니….낙찰가도 경매시작 가격보다 4000만원이나 싸네."

5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법정.후텁지근한 날씨 속에 개찰이 진행됐지만 법정 분위기는 한겨울처럼 썰렁했다. 300명가량 앉을 수 있는 법정 좌석 가운데 3분의 2는 텅 비었다. 모두 45건이 매물로 나왔지만 경매가 진행돼 주인을 찾은 것은 15건,최고 경쟁률도 11 대 1에 불과했다. 올초 80~90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던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이날 경매는 정오도 되기 전인 11시45분에 끝났다. 예전 같으면 일러야 오후 1시를 넘겨 장을 마쳤지만 워낙 물건이 없다 보니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은 것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경매 시장도 꽁꽁 얼어붙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경매시장의 총 응찰자수는 작년에 비해 30% 감소했다.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수도권 경매법정에 입찰표를 제출한 응찰자수는 총 5만7554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8만1585명에 비해 30% 줄었다.

용도별로는 주거시설에 입찰한 응찰자수가 가장 많이 감소했다. 모두 3만8006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4.1% 쪼그라들었다. 업무 · 상업시설에는 9969명이 응찰, 17.9% 감소했으며 토지 경매 응찰자수는 6262명으로 15.1% 낮아졌다.

똑같은 아파트에 대한 경매 응찰자수도 절반 이상 줄었고 낙찰가도 1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3억5376만원(감정가 5억원의 70.8%)에 낙찰된 성북구 돈암동 한진아파트 전용 133㎡는 작년 말 똑같은 주택형 물건에 18명이 몰려 4억6479만원에 주인을 찾았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래미안펜타빌(101동 3층),도곡동 타워팰리스(에프동 4708호) 등 대부분의 아파트 물건에는 응찰자가 없었다. 강은현 미래시야 이사는 "8월이 원래 경매 비수기이긴 하지만 최근 상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큼 썰렁한 것 같다"며 "연말까지 이 같은 관망세가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