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노조 "우리가 인증한 '착한 제품' 맘놓고 쓰세요"
LG전자는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노조가 인증하는 'USR인증'제품을 하반기 중에 내놓는다. USR은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뜻하는 'Union Social Responsibility'의 약자로,USR 인증 제품은 온실가스 저감,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 등 사회적 가치를 중심으로 노조가 정한 기준을 통과한 제품이다.

박준수 LG전자 노조위원장은 5일 "현재 우리 사회는 노조가 무리한 파업이나 요구를 자제하고 하청업체 기술지원,혁신적 생산활동,지역봉사 등 새로운 노동운동을 요구하고 있다"며 "노조 중심으로 사측도 참여하는 USR인증제로 새로운 노사문화 정착에 일조하겠다"고 밝혔다.

친환경,상생 기준에 맞는 '착한 제품'

LG전자 노조는 USR인증을 위해 이날 6개 공장 직원 대표와 노조 간부 등으로 구성된 'USR혁신팀'을 발족했다. 이들은 사측 관계자들과 함께 오는 16일부터 이달 말까지 구체적인 인증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인증기준에는 △온실가스 저감활동 △사회적 약자 보호 △노사의 투명경영 제고 △노사문화 선진화 기여 △협력사와의 공존노력 등이 포함된다. 이 회사 노조의 배상호 사무처장은 "협력사의 생산성 혁신 지원과 외국인 노동자 지원,장학금 사업 실적 등도 인증기준에 포함된다"며 "LG전자의 여러 제품들 중에서 일부만이 이 인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LG전자 A공장 근로자들의 하천 쓰레기 수거활동,사업장 효율화 제안 등이 심사기준을 통과하면 이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엔 USR인증 마크가 붙는다. 반면 B공장에서 이 같은 활동 실적이 미흡하면 같은 LG전자 제품이라도 USR인증 마크를 달지 못하는 식이다. 또 LG전자에 부품을 납품하는 일부 협력사를 대상으로도 USR인증제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회사 측 관계자는 "USR인증을 도입해보자는 데 대해 노조와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다"며 "다만 도입 시기와 대상 품목 등에 대해서는 노조와 협의를 통해 정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전자 노조 "우리가 인증한 '착한 제품' 맘놓고 쓰세요"
한국판 '스웨덴 TCO'

LG전자 노조는 연내 인증을 도입한 후 일정기간 성과를 지켜본 뒤 인증심사 및 부여권한을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에 제안할 예정이다. 한국노총이 산하 노조에 인증을 부여함으로써 USR인증제를 다른 기업들로 확대시키고,궁극적으로는 스웨덴의 TCO(스웨덴 전문직 고용자 연합)처럼 국가브랜드화를 지향하고 있다. TCO는 엔지니어,교사,경찰,은행원 등 조합원 130만명의 화이트 칼라 연합체다. 직장 만족도와 작업환경 등을 기준으로 한 TCO품질보증마크는 유럽지역 소비자들의 중요한 구매 기준의 하나가 될 정도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USR로 아프리카에 교육 지원

LG전자 노조는 일찌감치 USR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전국 사업장에서 일일찻집 행사를 열고 여기서 모은 수익금 2500만원으로,에티오피아 학생 2400여명에게 새 책 · 걸상을 선물했다.

이번 일일찻집 행사는 아프리카로부터 뜻하지 않은 꿀 항아리 선물이 배달되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말 LG전자가 에티오피아,케냐를 찾아 봉사활동을 펼치자 이에 감동한 현지 주민들이 감사의 뜻으로 한국으로 꿀을 보내준 것.선물 활용 방안을 고민하던 노조는 아프리카 꿀로 차를 만들어 빵과 함께 파는 행사를 기획, 좋은 반응을 얻었다.

최진석/김태훈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