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를 대표하는 두 이코노미스트들이 미국 경제를 두고 뚜렷하게 엇갈리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그만큼 크다.

5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얀 하지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하반기 미 경제성장이 급격히 둔화되고 디플레이션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하는 반면 리처드 버너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하반기 실업률이 떨어지고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예상했다.

하지우스 이코노미스트는 가격과 임금이 하락하면서 미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늪에 빠지면 대공황 이후 경험하지 못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하반기 경제 전망을 낮출 가능성을 열어놓은 이유다.

이에 반해 버너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통계와 시장의 정서는 하지우스 쪽에 기울어 있는 게 사실이지만 하반기 경기 회복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독일 출신의 하지우스는 41세로,버너가 이코노미스트로 활동을 시작했을 때 세 살에 불과했다. 하지만 신기할 정도로 정확하게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상해 애리조나주립대로부터 최우수 이코노미스트상을 받는 등 월가 최고 경제전문가로 자리잡았다.

64세인 버너도 최근 경기침체를 예상한 몇 안 되는 이코노미스트들 중 한 명이다. 워싱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피츠버그에 있는 멜론뱅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하지우스는 "의심의 여지 없이 실질적인 인플레이션은 매우 멀리 떨어져 있는 반면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며 "더블딥(경기 반짝 상승 후 재하락)이 당장 빚어질 것 같지는 않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하지우스는 내년 말까지 물가상승률이 0%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버너는 "10% 정도의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있지만 미국은 디플레이션을 겪었던 일본에 비해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왔다"며 "물가상승률이 연 1~2%가량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의 엇갈린 경기 전망은 월가 금융사들의 투자 전략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정부와 통화당국이 어떤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을 촉발시키기도 한다.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쪽에서는 가격 및 임금 인하를 막기 위해 연방정부가 서둘러 추가 경기 부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를 놓치면 자칫 일본식 불황에 빠져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이들은 추가 경기 부양은 재정적자 확대로 이어져 금리가 치솟는 등 가계와 기업의 차입 부담을 키울 것이라고 경고한다.

두 사람은 디플레이션과 경기 회복 강도에 관계없이 앞으로 수년 동안 고실업률 시대가 지속될 것이라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그만큼 실업 문제는 미 경제의 최대 난제로 떠오르고 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