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10대들의 반란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여자오픈 우승자인 양수진(19 · 넵스)과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우승자인 이정민(18 · 삼화저축은행)에 이어 '루키' 조윤지(19 · 한솔)가 볼빅 · 라일앤스코트 여자오픈의 우승컵을 들며 '무서운 10대 돌풍'을 이어갔다.

조윤지는 6일 강원도 횡성의 청우GC(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잡는 완벽한 플레이를 펼친 끝에 6언더파 66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14언더파 202타로 양수진을 4타차로 제치고 우승컵을 들었다.

조윤지는 우승상금 8000만원을 보태 상금 순위에서 '톱10'(1억4100만원)에 들었다. 올시즌 KLPGA 투어 10개 대회에서 우승자가 모두 달라 여자골프 춘추전국시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윤지는 올 시즌 '위너스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유소연(20 · 하이마트) 안신애(20 · 비씨카드)와 챔피언조로 라운드에 나섰지만 전혀 흔들림 없는 플레이를 펼쳤다. 전반에만 버디 3개를 뽑으며 단독 1위로 올라섰다. 후반에는 12번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했고 16,17번홀(이상 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2위 양수진과의 타수차를 벌렸다.

조윤지는 2대에 걸친 스포츠 명문가 출신이어서 시즌 초반부터 유명세를 탔다. 그는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감독 대행과 경북고 감독을 역임한 조창수씨와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여자배구 동메달의 주역 조혜정씨의 둘째 딸이다. 어머니 조혜정씨는 지난 4월부터 여자프로배구단 GS칼텍스의 사령탑을 맡고 있고,아버지 조창수씨는 K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친언니 조윤희(28 · 토마토저축은행)의 골프백을 메고 있다.

조윤지가 중학교 때 골프를 시작한 건 선수생활을 하고 있었던 언니의 영향이 컸다. 정신적 지주인 언니 조윤희는 일찍 경기를 끝낸 뒤 마지막 홀 그린에서 동생을 힘껏 안아주며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이날 조윤희는 동생의 우승을 예감했는지 아버지께 캐디를 맡는 대신 동생 응원을 부탁했다. 조윤희는 "오늘 동생이 너무 잘해줘 내가 우승한 것처럼 눈물이 났다"며 "훈련 때문에 경기를 못보신 어머니도 전화로 우리들 덕분에 행복하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조윤지는 어떤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는 마인드 컨트롤 능력을 우승 동력으로 꼽았다. 그는 "예전에 언니가 챔피언조로 나서기 전날 오히려 내가 잠을 설쳤다"며 "그때의 간접 경험 때문에 어제는 잠도 잘 잤고 오늘도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샷 한샷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먹었는데 우승까지 하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내 생애 한 번뿐인 신인왕을 차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항상 갤러리나 팬들에게 뭔가 기대를 갖게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양수진은 이날 보기 없이 4타를 줄였으나 조윤지의 신들린 샷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국LPGA투어에서 활약 중인 이일희(22)가 5타를 줄이며 9언더파 207타로 단독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당초 치열한 우승 다툼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던 유소연 홍란(24 · MU스포츠) 이보미는 더블보기 이상의 '하이 스코어'에 발목이 잡혔다. 2라운드까지 선두였던 유소연은 4번홀(파5)에서 러프를 헤매며 더블보기를 기록했고 6번홀(파3)에서는 티샷이 물에 빠져 또다시 더블보기로 선두 추격의 의지가 꺾였다.

홍란도 8번홀(파4)에서 뼈아픈 더블보기를 기록,공동 6위(6언더파 210타)에 만족해야 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