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들이 펀드 환매 압박 속에서도 지주사와 금융주를 사들여 관심을 끌고 있다. 하반기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저평가 종목을 선취매하는 것이어서 투자에 참고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1750을 돌파한 지난달 23일 이후 이달 5일까지 2주간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1조7391억원이 유출됐다. 같은 기간 자산운용사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887억원,코스닥시장에서 2075억원 등 총 1조2962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았다. 이날 정규장에선 유가증권시장에서 20일 만에 245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코스닥에선 129억원을 팔며 14일 연속 매도 우위를 보였다.

이 같은 환매 압박에도 운용사들은 지난달 23일부터 이날까지 LG를 1799억원어치 사들여 순매수 1위로 올려 놓았다. 계열사 지분을 대량 보유한 삼성물산(611억원)과 두산(233억원)도 사들이는 등 각 그룹 지주회사를 집중 공략했다. 또 KB금융(1049억원) 삼성증권(353억원) 우리금융(148억원) 신한지주(130억원) 부산은행(123억원) 등 금융주도 적극 매수했다.

운용사들이 사들인 종목은 수익률도 상대적으로 좋았다. LG는 이 기간 8.17% 올랐지만 외국인 순매수 1위인 삼성전자는 0.87% 내렸다. 유통주 중에서도 운용사가 214억원어치를 사들인 롯데쇼핑은 13.83% 올라 외국인이 선택한 현대백화점(5.56%) 신세계(4.55%) 상승률을 웃돌았다. 운용사 순매수 상위 20종목 중 5개 사가 10% 이상 올랐고,하락 종목은 하이닉스 두산 등 2개사뿐이지만 외국인 순매수 20종목 중에선 10% 이상 오른 곳이 현대모비스(13.44%)뿐이고 하락 종목은 3개였다.
김성봉 삼성증권 시황분석 팀장은 "최근 시장을 주도한 것은 외국인이지만 수익률에선 운용사들이 오히려 나은 모습"이라며 "정보기술(IT)주가 주춤하는 사이 운용사들은 저평가된 종목을 골라 집중 매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수가 박스권을 뚫고 레벨업을 하고 있어 '키맞추기'를 하는 종목에 대한 투자가 유효한 시점이란 설명이다.

박중제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LG 삼성물산 등 지주사들은 계열사 투자에 대한 대안으로 뜨고 있고 금융주들은 금리 인상에 따른 하반기 실적개선 기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건설은 인수 · 합병(M&A) 이슈가 있고,삼성물산은 지주사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지 전체 건설주 전망을 좋게 보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