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공항을 대체할 동남권 신공항(국제공항) 유치를 놓고 부산,경남 등 영남권 5개 지자체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대구 · 울산시와 경남 · 북 등 4곳은 경남 밀양을,부산은 가덕도를 내세우며 경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4대강 사업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김두관 경남지사의 행보가 신공항 입지 선정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와 주목된다.

◆부산 "가덕도 입지경쟁력 월등"

동남권 신공항은 990만~1650만㎡ 부지에 대형 활주로 2개와 여객터미널,부대시설을 갖추는 대형 국책사업으로 사업비만 7조원이 넘는다.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도 오는 20일 입지평가위원회를 구성,평가 기준 마련에 착수하는 등 입지 선정 작업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부산시는 지난달 말 허남식 시장과 신정택 부산상의 회장 등 지역 주요 인사 100여명으로 구성된 '동북아 제2허브공항 범시민 유치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유치전에 본격 돌입했다.

가덕도에 신공항이 들어서면 부산항과 연계할 수 있어 국가경쟁력 면에서도 유리하다는 게 부산시 입장이다. 바다를 끼고 있는 만큼 소음,고도제한 등 피해가 적어 신공항 적지라는 주장도 내세우고 있다. 유치위원회 관계자는 "국토부 용역 결과 안개 일수,소음피해 규모,운항 장애물 현황 등에서 가덕도가 밀양보다 우세하다고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경남 · 북과 대구 · 울산은 동남권 신공항의 밀양 유치를 위해 공동전선을 구축,부산시를 압박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영남 내륙권 균형발전 △영남권 어디서든 1시간 안에 닿을 수 있는 접근성 △가덕도보다 훨씬 저렴한 건설비 등을 내세우고 있다. 최근 '동남권 신국제공항 밀양유치추진단'을 구성해 1000만명 서명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지난 4일에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원정 유치전까지 나섰다.

신경전도 만만찮다. 경남도 관계자는 "가덕도는 철새들의 이동 경로에 있어 비행기가 새떼와 충돌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부산시는 이에 대해 "밀양에는 안개가 많다"고 맞받아쳤다.

◆주목받는 '김두관 변수론'

최근 영남권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이른바 '김두관 변수론'이 눈길을 끈다. 4대강 사업에 부정적인 김 지사의 행보가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이다. '밀양 신공항' 유치에 나선 지자체들도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밀양시 관계자는 "김 지사가 4대강 사업을 놓고 정부에 계속 맞설 경우 신공항 유치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걱정하는 주민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 측 역시 4대강(낙동강) 사업이 전국적 관심사로 부각되면서 도민들에게 '낙동강 사업에만 올인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눈치다. 4대강 사업 반대 입장을 고수한 상태에서 신공항 유치에 실패할 경우 '김 지사 탓'이라는 비난 여론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직원조회에서 "낙동강 사업은 경남도의 많은 일 가운데 하나인데 4대강 사업만 하는 것으로 도민들이 오해할 수 있다"고 말한 데서도 이런 고민이 엿보인다.

한편 국토부는 오는 10월까지 각종 평가항목과 기준을 마련하고 작년 말 완료한 국토연구원의 '신공항 후보지 결정 용역 결과'에 대한 정밀 검증에 나설 예정이다. 최종 입지 선정 시기는 국토부가 올해 말로 정해놓기는 했지만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부산=김태현/대구=신경원 기자 hyun@hankyung.com